[여기는 베이징] ‘중국’ 빠진 쿼드 성명에 자신감… “미·중회담도 양보 없다”

미·중 고위급 회담 전 열린 쿼드 첫 정상회의
모두발언, 공동성명에 ‘중국’ 언급 없어
“아시아판 나토는 미국 능력밖의 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국민일보DB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도한 쿼드(Quad) 첫 정상회의가 끝나고 중국 관영 매체는 “아시아판 나토는 미국 능력 밖의 일”이라는 논평을 냈다. ‘중국 견제’를 내걸고 모인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정상이 정작 모두발언이나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사실을 주목한 것이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바로 이것이 중국에 대한 각국의 서로 다른 입장을 반영한다”며 “아시아 어느 나라도 중국과 전략적 전선에서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쿼드 첫 정상회의를 지켜본 중국은 오는 18일(현지시간) 예정된 미·중 고위급 회담 의제 선정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미국이 회담에서 다루려 하는 대만, 홍콩, 신장 문제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의 동맹 구상은 허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쿼드(Quad) 정상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스크린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모습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 옆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지난 1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개최된 쿼드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다자 정상회의였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상회의 후 브리핑에서 “4개국 정상은 중국에 의해 제기된 도전을 논의했고 중국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쿼드는 군사 동맹이나 새로운 형태의 나토가 아니다”며 “그것은 4개 민주국가가 하나의 그룹으로 일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설리번 보좌관의 이 발언을 놓치지 않았다. 혼란스럽고 모순된 주장이라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설리번 보좌관 스스로 미국이 ‘아시아의 나토’를 건설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 문제에 대해 동맹국과 함께 행동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그것을 허풍으로 본다”고 깎아내렸다. 중국은 그간 비공식 협의체인 쿼드가 소련을 겨냥했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중국에 대항한 집단방위기구가 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해왔다. 그러나 이번 첫 정상회의 결과를 보고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계심을 거두지는 않고 있다. 쿼드 메커니즘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나 연말까지 대면 정상회담을 열고 1년에 최소 한 번 외교장관 회담을 하기로 모임을 정례화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쿼드 확장에 보다 공세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서 쿼드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쿼드에 참여하는 일본, 인도, 호주에 대해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과 인도에는 관계 정상화 제스처를 취하는 반면 호주는 끝까지 때릴 태세다. 비동맹 노선을 고수해온 인도가 쿼드에서 결속력이 가장 떨어지는 약한 고리라면 호주는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또 다른 약한 고리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해 12월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 자오 대변인은 호주 군인이 섬뜩한 표정으로 아프간 어린이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는 그림과 함께 “호주 군인들이 아프간 민간인과 포로를 살해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는 이런 행위를 강력히 비난하며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을 촉구한다”고 적었다. 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호주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 반중 정책에 적극 동참한 전력이 있다. 호주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5세대(G)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하고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국제 조사를 요구하며 중국과 각을 세웠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와인, 목재 등의 수입을 금지·제한하는 보복 조치로 맞대응했다. 이에 더해 중국은 최근 호주의 해외군 병력이 저지른 민간인 불법 살인과 학대를 규탄하고 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을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내기도 했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호주군 특수부대원들이 포로와 민간인을 불법 살해하고 이를 은폐했다는 호주군 발표를 인권 이슈화하는 모습이다.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중국에 등을 돌리고 미국 편에 섰을 때 어떻게 되는지 호주를 통해 분명하게 보여주려 한다”고 전했다.

18일 미·중 앵커리지 회담…기싸움 치열

중국의 시선은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릴 미·중 고위급 회담에 가 있다. 기싸움은 이미 시작됐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브리핑에서 “고위급 회담의 구체적인 의제는 양측이 합의해야 한다”면서도 홍콩 선거제도 개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는 내정임을 거듭 강조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이 “신장 문제 등은 중국과의 회담에서 직접 논의될 주제”라고 밝힌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미국은 미국대로 고위급 회담 이후 중국과 후속 대화를 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어놓은 상태다. 중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추가 대화는 없을 거라는 경고 메시지다. 미국은 이번주 국무·국방장관을 한국, 일본에 보내 대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미·중 고위급 회담은 그저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입장에서는 양국간 후속 대화가 있을 거라는 신호를 보여줄 공동성명 발표가 이상적이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신냉전 수준으로 관계가 악화된 두 나라의 외교수장이 만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팡중잉 중국해양대 교수는 SCMP에 “미·중은 실제 협상을 시작하지 않았다”며 “이번 만남은 예비 협상이며 특별한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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