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쳤는데 ‘상해 발생 없다’?… 삼성 이상한 확인서


삼성전자가 최근까지 상해로 인해 치료를 받은 일부 직원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상황확인서를 제출받아 왔던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삼성 측은 일부 확인서에 해당 문구가 들어 있음을 인정하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다니는 A씨는 2019년 공장 업무 중 날카로운 도구에 베이는 사고를 당했다. 회사 부속 의원에서 치료를 받은 A씨는 치료 후 회사에 증빙자료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사측으로부터 받은 상황확인서 양식에는 ‘본인은 ○○월 ○○일 발생한 상황으로 인적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이에 서명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문서 하단에는 ‘위 자료는 고용노동부 ○○지청 소명자료로 활용됩니다’라고도 표기돼 있었다.

A씨의 상황을 전해 듣고 확인서 내용에 의문이 생긴 동료 B씨는 안전보건 관리부서에 문의했다. 그랬더니 ‘(샘플 문서대로) 확인서를 작성하고 서명하지 않으면 부서장이 환경안전 평가에서 감점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들었다. 부당함을 호소한 B씨에게 안전관리 담당자는 “나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회사 매뉴얼이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결국 A씨는 샘플 문서에 적힌 대로 ‘인적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문장을 포함한 확인서에 서명했다. 상사의 평가 점수를 깎았다가 직장생활이 힘들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이달 초까지 최소 2년 가까이 일부 직원으로부터 이 같은 문구가 포함된 상황확인서를 제출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제출받은 몇몇 상황확인서를 확인해보니 해당 문구가 들어가 있는데, 왜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지 모르겠다”며 “담당 부서에 연락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문구가 들어간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상급자가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설명은 당시 안전관리 담당자가 잘못 안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삼성 관계자는 “상황확인서 제출 여부가 부서장의 인사평가에 포함되지 않고, 해당 문구를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담당자가 업무를 빨리 처리하기 위해 둘러대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삼성 측은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치료받은 직원 명단을 고용부에 보고하는 것이지 상황확인서 문구까지 일일이 보고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해당 문구가 적힌) 상황확인서를 제출해도 추후 같은 상해로 진료비를 재청구할 수 있다”면서 “문구 자체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고용 당국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친 직원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힌 문서를 작성하게 한 것은 분명히 문제”라며 “(사고) 발생 사실을 더 구체적이고 명확히 기재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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