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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 벚꽃놀이에 한밤 돗자리족까지 ‘아슬아슬’ 한국

절기상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자 일요일인 4일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서 나들이객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만 75세 이상 시민들의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연일 500명대를 기록하며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일을 맞아 ‘숨은 벚꽃 명소’나 공원으로 시민들이 몰리며 일부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발견됐다. 시민들의 경각심이 떨어지면서 ‘4차 대유행’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신용일 기자

4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3시간가량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인근을 둘러본 결과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스크’를 한 시민들이 20명 넘게 발견됐다. 운동 중 마스크를 벗고 가래침을 뱉었다가 미착용한 채로 다시 달리거나, 마스크를 벗고 스쿼시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스크를 벗고 맨손 체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유명 벚꽃축제들이 취소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숨은 벚꽃 명소’에 몰리는 인파들도 나타나고 있다. 주말을 앞둔 지난 2일 서울 당인동 당인리발전소 앞에는 오후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벚꽃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벚꽃이 핀 오르막길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상춘객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A씨(26)는 “합정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집에 가는 길에 숨은 명소라는 얘길 듣고 벚꽃을 보러 왔다”고 말했다. 산책을 나온 인근 주민들이 인파로 들어찬 좁은 골목길을 힘겹게 지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식당, 주점 운영이 중단되는 오후 10시 이후에 술을 마시거나 대화하려는 시민들이 야외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생겨나고 있다.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술집,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으나 인근 ‘연트럴파크’에는 대략 30~40명이 넘는 시민들이 야외 벤치나 바닥에 앉아 술을 마시는 모습이 발견됐다. 2m 간격이 채 안 될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은 이들도 있었다.

지난 2일 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연트럴파크' 공원에서 시민들이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용일 기자

이런 장면을 마뜩잖게 보는 목소리도 나온다. 매년 꽃구경을 갔지만 올해는 계획을 취소했다는 조모(27)씨는 “SNS를 잠시만 검색해도 벚꽃 구경 갔다는 사진이 수만장이 뜬다”며 “주로 젊은층들이 많은데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병원 가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기분전환하겠다고 꽃놀이를 가는 건 무책임한 태도 아니냐”고 꼬집었다.

번화가 인근 주민들과 상인들도 느슨해진 분위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강공원에서 자전거 대여소를 운영하는 김백성(62)씨는 “날이 풀리며 최근 주말마다 ‘돗자리족’으로 공원이 빽빽한데 해 떨어지면 더 많아진다”며 “구청에서 단속을 나오지만 제대로 단속이 안될 정도”라고 말했다. 마포구 주민 한모(31·여)씨도 “식당이 문을 닫는 10시 이후에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 오히려 더 바글거린다”며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얘기를 하는 이들 중에는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쓴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역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가 애매하게 완화된 채로 장기화되면서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져 수칙 준수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금방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섣불리 조성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용일 정신영 기자 mrmonst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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