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의 AI 로봇 이야기… “인간은 특별한가?”

가즈오 이시구로 신작 ‘클라라와 태양’
한국판 출간 맞아 한국 언론과 줌 인터뷰

가즈오 이시구로. 연합뉴스

현대 영미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67)의 신작 ‘클라라와 태양’이 국내 번역 출간됐다. 이시구로가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후 처음 선보이는 소설이다. AI(인공지능)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야기라는 점도 주목된다.
새 소설의 한국판 출간을 맞아 영국에 있는 이시구로가 한국 언론들과 줌으로 합동 인터뷰를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을 취합해 출판사인 민음사가 영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시구로는 먼저 주인공 클라라에 대해 “10대 아이를 돌보고 그 아이가 외로워지지 않게 해주고 그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프로그래밍 된 AI 로봇”이라며 “어떤 면에서는 집사와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클라라는 매우 헌신적인 하인처럼 다른 사람을 돌본다는 명분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다”며 “그래서 이 작품을 쓸 때 ‘남아 있는 나날’을 쓰던 때가 종종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남아 있는 나날’에는 주인공이자 해설자로 영국인 집사가 나온다. 1989년 발표된 이 작품으로 그는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나를 보내지 마’와 함께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나를 보내지 마’(2005년 발표) 역시 복제인간을 다뤘다는 점에서 신작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이시구로는 새 소설이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AI 로봇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신작이 복제인간을 다룬 ‘나를 보내지 마’의 연장선은 아니며, 두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10대 아이를 돌보는 AI 로봇 '클라라'를 주인공으로 하는 신작 소설을 선보인 일본계 영국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jeffcottenden.co.uk 제공

“저는 ‘선(goodness)’에 대한 더 많은 희망과 믿음이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결국 (‘나를 보내지 마’와) 같은 영역에 있는 것 같다는 독자들 말씀은 저도 알겠지만, ‘클라라와 태양’의 분위기가 더 희망적인 것 같다. 클라라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결말이 너무 슬프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희망, 그리고 세상에는 선함이 존재한다는 믿음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60대 후반의 노작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장이 AI 로봇이라는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시구로는 이에 대해 “클라라와 같은 캐릭터에 끌리고 그 캐릭터가 신선했던 건 클라라가 거의 백지 상태에서 소설에 들어왔다는 점”이라면서 “클라라는 최근에 만들어진 기계이기 때문에 그녀에겐 아무런 역사도 없다. 클라라가 마치 세상에 갓 도착한 아기처럼 처음으로 인간을 바라본다는 점이 정말 좋다”고 얘기했다.
이어서 “또 제가 끌린 점은 작가로서 기술적인 관점, 기계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인간 화자는 할 수 없는 것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클라라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실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 클라라는 사물을 인간과 같은 시각적 방식으로 보지 않을 거다. 그래서 저는 입체파 그림 같은 이미지들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또 “2005년에 ‘나를 보내지 마’가 출판되었을 때는 ‘이 작가가 SF를 썼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면서 “사람들이 이제는 인공지능과 유전자 편집과 같은 문제가 오늘날 우리 시대의 중대한 문제이자 이슈라는 걸 잘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늘 묵직한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이시구로가 AI 로봇 클라라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무엇이었을까. “클라라가 함께 살게 되는 가족의 중심에는 어떤 미스터리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미스터리가 이 책을 쓰고 싶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이 질문을 하고 싶었다. 우리 인간은 우리의 특별함을 다소 과대평가한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특별할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소설 '클라라와 태양.'

이시구로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제 책이 한국의 ‘문화적 현장(cultural scene)’의 일부를 이루게 되어 정말 기쁘다”며 “제 책이 매우 미래지향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 현장인 한국에서 읽힐 수 있다는 건 매우 신나는 일”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10~15년 동안 한국이 문화의 근원지로서 국제적으로 얼마나 중요해졌는지 말씀드리고 싶다”며 “과거 우리는 한국을 삼성과 같은 기술이나 자동차의 생산지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한국은 K-팝 같은 흥미로운 문화의 근원지다”라고 덧붙였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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