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6개월 정인이 고작 9.5㎏…복부 발로 밟혔다”

“유니세프 광고에 나오는 아이 같아…영양실조 심각”
전문가 감정서 “최소 2회 이상 발로 밟혀”


서울 양천구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여아 ‘정인이’의 사망 당일 상태가 유니세프 광고에 나오는 기아와 흡사한 수준이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7일 양모 장모씨의 살인 및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 양부 A씨의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등) 혐의 10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날인 지난해 10월 12일에 대해 “어떻게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 있었을까 싶다”며 “피해자의 배는 볼록하고 대소변도 하지 않아 기저귀를 한 번도 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망 당일 체중은 16개월 아이가 9.5㎏으로, 유니세프 광고에 나오는 아이와 흡사했다”면서 “영양실조가 심각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아이를) 발로 밟아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정상적인 성인은 없을 것”이라며 사건 당일 장씨가 정인이의 배를 맨발로 강하게 밟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또 “사망 당일 피해 아동은 장간막이 찢어져 600㎖나 되는 피를 흘렸고, 췌장도 절단되는 등 심각한 장기 손상을 입었다”면서 “피고인 진술처럼 아이를 떨어뜨려서는 이 같은 손상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른 장기의 손상 정도를 보면 최소 2회 이상 강하게 밟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찰은 정인이의 몸 곳곳에서 발견된 다수의 상처 역시 폭행과 같은 ‘고의적인 외력’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뒤통수 등에서 발생한 상처의 크기나 출혈 정도를 보면 대부분 길고 딱딱한 물체로 맞아 생긴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세 자세에서 겨드랑이를 둔기로 때리거나 목을 강하게 졸랐을 때 나타나는 상처와 흉터들도 발견됐다”고 했다.

검찰은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서적 학대 역시 지속해서 발생했다”며 “안전벨트를 하지 않고 유모차를 태운 상태에서 벽에 세게 부딪히게 하거나, 아이의 목을 잡고 들어 엘리베이터 손잡이에 올려두는 등의 행동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당초 마지막 증인으로 검찰이 신청한 이정빈 가천대 의과대학 법의학 석좌교수 신문이 열릴 예정이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검찰이 정인이 사건 재감정을 의뢰했던 전문가 3명 중 1명으로, 검찰이 장씨에게 살인죄를 적용하는 데 큰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이 교수가 불출석하면서 검찰은 그의 감정서를 대신 낭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교수는 감정서를 통해 정인이가 사망 전 최소 2번 이상 발로 밝혀 췌장이 절단된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 교수는 “유아가 바닥으로 넘어진다고 해서 췌장이 절단되거나, 장간막 파열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며 “결국 2회 이상 서로 다른 밟힘에 의해 췌장 절단과 장간막 파열이 일어났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장씨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청구하기도 했다. 검찰은 “장씨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높고,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사건에서 상습적인 학대가 점점 심해진 점 등에 비춰볼 때도 향후 재범의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장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다시 범죄를 저지를 기회나 가능성이 없다”며 검찰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머리를 뒤로 묶고 공판에 출석한 장씨는 재판 내내 굳은 표정으로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재판 도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코를 훌쩍이며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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