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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사건’ 이제 재판의 시간…‘사라진 아이’ 행방 찾을까

구미 사망 3세 여아 친언니 김모씨 9일 첫 공판
친모로 밝혀진 석모씨도 재판 넘겨져
55일간 수사 못밝힌 ‘사라진 김씨 딸’ 행방 찾을지 관건

지난달 11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법정을 나오는 석모씨 모습. 뉴시스

경북 구미 빈집에서 숨진 3세 여아의 친모 석모씨가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사라진 아이’의 행방은 결국 미제로 남을 것인가. 9일 숨진 아이를 살인한 혐의 등을 받는 석씨의 딸이자 숨진 아이의 친언니 김모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재판의 시간’에서 검경 수사가 찾아내지 못한 김씨 딸 존재 등 석씨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처음엔 엄마(김씨)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난 어린 딸을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비정한 아동 학대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아랫집에 살던 외할머니 석씨가 숨진 아이의 친모로 밝혀지며, 더욱 충격적이고 엽기적 사건으로 확대됐다. 특히 당시 김씨 역시 실제 여아를 출산했을뿐더러 숨진 아이를 친딸로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김씨의 딸이 어디로 갔는지는 초미의 관심사이자 수사 향배를 가를 결정적 요인이 됐다.

그러나 세 번에 걸친 유전자 검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석씨는 숨진 여아와의 관계는 물론 당시 자신의 임신과 출산 자체를 부인해왔다. 딸 김씨가 낳은 아이와 바꿔치기 할 아이 자체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55일에 걸친 검경 수사에서도 사라진 여아의 행방은 물론, 석씨 친딸이자 숨진 여아의 친부 존재도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이 지난 5일 석씨를 미성년자 약취·시체은닉 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약취 대상인 아이 존재 여부 확인 없이 유죄를 입증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검찰이 “석씨가 산부인과에서 김씨의 딸을 약취한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며 내세운 정황증거 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석씨의 딸 김모씨. 뉴시스

산부인과서 바꿔치기…단서된 혈액형·인식표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3월 30일 구미시 소재 산부인과에서 딸을 출산했다. 석씨는 다음 날인 3월 31일부터 4월 1일 사이 산부인과에 있던 김씨의 딸을 불상의 장소로 데려간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산부인과 외부인 출입 시스템과 주요 통로, 직원 동선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이 아이 바꿔치기 장소를 산부인과로 특정한 건 숨진 아이의 혈액형과 신생아 인식표 때문이었다. 2018년 4월 2일 산부인과 혈액검사 기록상 아이의 혈액형은 김씨(BB형)와 김씨 전 남편(AB형) 사이에서 나올 수 없는 AO형이었다. 김씨 가족이 산부인과에서 찍은 사진을 통해 아이의 몸에 착용돼 있어야 할 신생아 인식표가 분리돼 있는 것도 확인했다.

하지만 혈액형 검사의 경우 신생아는 적혈구의 항원력이 약해 종종 오류가 발생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최소 6개월 뒤 재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것이다. 신생아 인식표와 관련해서도 석씨 측은 “자연스럽게 풀린 것일 뿐 누군가 고의로 훼손하거나 끊은 게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감시의 눈’이 많은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바꿨다는 수사당국의 입장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산부인과 간호사들은 탯줄을 잘라 낸 신생아의 배꼽으로 세균이 들어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 배꼽에 붙은 탯줄은 통상 3~5일 후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데, 이틀 이내 차이로 출산한 게 아닌 이상 간호사들을 속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숨진 여아의 모습. MBC 실화탐사대

사라진 아이 행방은…다른 범죄 가능성도

사라진 아이는 석씨의 아이 바꿔치기 여부와 범행 동기를 밝혀줄 결정적 증거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 명확한 건 한 방송에서 공개한 아이의 이름 정도일 뿐, 행방은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방송 이후 해당 이름이 숨진 여아의 이름으로 잘못 알려지자 “김씨 딸의 이름”이라며 숨진 여아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이름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찰은 석씨가 아이의 행방을 감추는 것이 생존 여부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최근 2년간 변사체로 발견된 영아 사건을 재검토했으나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아이가 보육원에 갔거나 국내에 입양됐을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다. 그랬다면 소재 파악이 수월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경찰은 석씨가 아이를 해외 입양 전문기관에 보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확인하고 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숨진 여아와 달리 사라진 아이는 입양이 가능하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석씨의 ‘강한 부인’에서 추가 범죄 가능성도 제기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사라진 아이의 생사가 석씨가 또 다른 사건과 연루되는 고리일 수 있다”며 출산 자체를 부인하는 방법을 통해 그 외 범죄 가능성에 대한 혐의를 차단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세계일보에 밝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6일 국민일보에 “아이가 한국에 없거나 한국에 있더라도 합법적 경로가 아닌 곳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사당국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재판 과정에서 석씨보다 더 무거운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친딸 김씨 등을 통해 가족 내 드러나지 않은 사실들이 밝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재판이 시작된 후로도 사라진 아이를 찾는 데 수사력을 계속 집중할 방침이다. 석씨가 재판에서 약취 혐의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더라도 사라진 아이를 찾지 못하면 사건은 미제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경찰과 긴밀하게 협조해 아이의 생존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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