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손정민 사건’ 이례적 반응 왜?…경찰 불신·동일시 효과

경찰,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성 봤다’ 목격자 진술 확보

18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 씨의 추모공간이 마련돼있다. 추모공간 너머 손씨 친구의 휴대전화 등을 수색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이 보인다. 윤성호 기자


고등학생 윤모(17)양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았다. 지난달 25일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 숨진 손정민(22)씨 사건의 ‘2차 진상 규명 집회’를 열기 위해 관련 절차를 알아보러 간 것이다. 윤양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들과 익명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방에서 손씨를 추모하며 집회에 가져갈 손팻말도 제작 중이다. 윤양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 또래 성실히 살던 대학생이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았고, 그 옆에 있던 친구는 수상한 점이 많다”며 “제대로 밝혀지고 있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행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손씨 사망이 확인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은 잦아들기는커녕 오히려 커지고 있다. 미제 사건을 주로 다루는 유명 카페 가입자는 손씨 사망 직후 약 5만명이 급증했고, 관련 게시글만 12만건 넘게 올라왔다. 지난 16일 빗속에서 열린 1차 진상규명 집회에는 300여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그간의 실종 사망 사건과 비교할 때 이 사건에 쏠린 대중의 관심은 이례적이라고 본다.

우선 손씨 실종 후 사망이 확인되기까지 경찰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대중의 시선이 이 사건에 집중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손씨와 사망 직전 함께 있었던 친구 A씨가 신발을 버렸다는 점 등 의혹 대부분은 경찰이 아닌 유족의 입을 통해 전해졌다”며 “손씨의 시신도 경찰이 아닌 민간 구조사가 찾는 등 경찰 수사가 미흡했다고 여길만한 요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사건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 다수는 ‘경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김모(30)씨도 “경찰이 바로 수사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은 이해하지만 그사이 사건을 은폐할 시간을 준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조사가 6차례 이뤄진 사실이 뒤늦게 공개돼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부, 권력, 경찰에 대한 불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 교수도 “권력 범죄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경찰의 모습을 국민이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의혹이 확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망한 손씨가 대학생이고, 친구와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평범한 일상에서 죽음을 맞았다는 점도 대중이 사건에 이입하는 이유가 됐다. 오 교수는 “흉악범에게 피해를 본 게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죽음이라는 점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선에서 사건이 벌어져 ‘나라면 A씨처럼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심리가 확산했다”고 분석했다.

1차 집회에 참석했던 김모(28)씨는 “한강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또래 대학생이 당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비극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40대 박모씨도 “나도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절박함과 공포감이 들었다”고 했다.

대중들이 사건에 큰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손씨 부친 손현(50)씨의 역할도 적잖았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심리학과 교수들 사이에서도 ‘손씨 아버지의 글이 상당한 호소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며 “사건이 계속 회자될수록 대중은 더 빨리 감정 이입하게 돼 ‘동일시 효과’가 커지는데 손씨 부친이 지속해서 언론에 노출된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오윤성 교수도 “손씨 부친이 ‘우리 아들 살려내라’라며 울부짖지 않고 냉철하고 침착하게 사건을 호소하고 있어서 ‘이 정도 논리라면 믿어도 되겠다’는 심리가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이나 경찰이 아닌 온라인에서 사건이 시작됐다는 점도 대중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쏟는 배경이 됐다. 최초 실종 소식은 언론이 아닌 손씨 부친의 SNS를 통해 공개됐고, 대중이 이를 공유하면서 사건이 확산됐다. 임 교수는 “온라인에서 의혹들이 제기돼 언론과 경찰이 이를 따라가는 형태로 전개됐다”며 “대중은 감정이입을 하면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자신에게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숨진 손씨가 명문대 의대생이었다는 점도 안타까움을 더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잘 키운 자식’이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점에서 부모 마음에 대한 공감이 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집회 참여자 박씨는 “고인은 모든 엄마가 꿈꾸는 자식인데 하룻밤 사이 처참하게 사망했다”며 “열심히 사랑으로 길러도 하루 만에 아이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손씨 실종 당일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는 남성을 봤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25일 실종 현장 근처 차량 154대를 분석해 지난 12일 낚시를 하던 7명의 목격자를 특정했다. 목격자는 “한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가다가 수영하듯이 양팔을 휘저으면서 강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목격자도 “어떤 사람이 수영하는 듯한 모습을 봤다”는 진술을 했다. 당시 낚시를 하던 목격자는 야경 사진을 찍은 직후여서 발견 시점은 4시40분쯤으로 추정된다.

다만 경찰은 “제보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현장 조사까지 실시했지만 목격된 입수자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경찰은 손씨 양말에 묻은 토양 성분과 한강공원 잔디, 육지와 수면 경계의 흙, 육지에서 수면까지 3~10m 안쪽의 흙을 수거해 분석을 의뢰했다. 추가 목격자 확보 및 주변 CCTV 영상 분석도 진행 중이다.

박민지 이형민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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