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윤석열’ 첫 육성메시지…“국민 기대·염려 다 경청하고 있다”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참석
정치 행보 질문엔 구체적 답변 피해
“걸어가는 길 보면 아시게 될 듯”


“국민 여러분의 기대 내지는 염려, 이런 거를 제가 다 경청하고 다 알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본인 육성으로 내놓은 ‘정치인 윤석열’로서의 첫 입장이다. 그는 대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지켜봐 주길 부탁한다”고 했다. 직접적인 선언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정치 활동 시작을 예고한 것으로 읽힌다.

윤 전 총장은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이렇게 밝혔다. 지난 3월 총장직에서 물러난 뒤 공개 행사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건 처음이다.

그는 국민의힘 입당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그에 대해서는 아직, 오늘 처음으로 제가 (공개 장소에) 나타났는데”라며 “제가 걸어가는 길을 보시면 차차 아시게 되지 않겠나 싶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윤 전 총장은 내년 대선 도전 뜻을 굳힌 가운데 국민의힘 합류 여부나 시점 등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국민이 가리키는 쪽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사실상의 대권 행보인지, 침묵이 길어지는 이유가 무언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독립운동가 우당 선생을 기념하는 자리를 개인적 정치 행보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는 이유를 들었다.

윤 전 총장은 대신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현실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생생한 상징”이라며 “한 나라는 그 나라가 배출한 인물들 뿐아니라 그 나라가 기억하는 인물들에 의해 그 존재를 드러낸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우당 선생을 기리는 말로 자신의 국가관을 내보인 것이다.

그는 최근 현충일 즈음에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을 만나 “보훈이 곧 국방”이라는 뜻을 밝혔으며,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글을 남겼다. 이회영 선생에 대한 발언도 이 연장 선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악수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오세훈 서울시장. 권현구 기자

윤 전 총장은 행사 내내 이회영 선생의 후손인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했다. 이 전 원장 부자는 윤 전 총장과 오랜 친분이 있으며, 이날 개관식 참석도 이들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윤 전 총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현역 정치인들과도 두루 악수를 나눴다. 그는 이날이 첫 대면이라는 오 시장에게 “인사드린다. 말씀 많이 들었다”고 인사를 건넸으며, 오 시장은 “아이고”라고 웃으며 반겼다. 오 시장은 축사에서 “서울시 행사에 이렇게 취재 열기가 뜨거운 적은 처음”이라며 “윤 전 총장을 환영한다. 앞으로 자주 모셔야 겠다”고 말했다.

주최 측인 서울시에서 코로나19 방역 관계로 행사장 참석 인원을 제한하면서 지지자와 취재진 등 수백명은 야외무대를 애워싸고 북새통을 이뤘다. 일부 지지자들은 빨간 우산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으며, 행사에 차질이 생기자 윤 전 총장이 직접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강보현 지호일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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