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짜리 황금소나무 말라죽어…광주 붕괴사고 이후 떠도는 말 말 말

황금소나무 심은 황제 조합장.배후 조정자로 알려진 조폭 출신 고문. 검은 커넥션 판도라 상자 열릴지 관심 고조

철거건물 붕괴참사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업체 선정에 관여하고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 문모씨가 지난 1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인터폴과 공조해 문 씨를 추적할 방침이다. 사진은 2018년 10월 학동4구역재개발사업조합 신임 집행부 선거장에 난입한 문 씨의 모습. 연합뉴스 제공

‘5억원짜리 황금소나무’ ‘황제 조합장’ ‘상왕 고문’.

지난 9일 발생한 광주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지역사회에 ‘믿거나 말거나’하는 말들이 그럴싸하게 나돌고 있다. 고질적인 재개발 조합 비리 의혹에 조직폭력배 출신 전 5·18단체 회장까지 개입했다는 소문이 증폭되면서 민심이 흉흉하다.

우선 지난 2017년 ‘대박 분양’에 성공한 학동 재개발 3구역 아파트에 한그루에 5억 원 하는 황금소나무가 심어졌는데 관리 부실로 2년여 만에 말라 죽었다는 얘기가 입주민들 사이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4구역에 앞서 현대산업개발이 역시 시공사로 참여한 3구역 아파트 101동과 102동 사이 정문 근처에 식재된 황금소나무는 웬만한 서민아파트 분양가를 뛰어 넘는 엄청난 몸값으로 한동안 입주민과 행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바로 앞에는 재개발 조합장이 기증한 5억짜리라는 안내문까지 설치됐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2년여 밖에 살지 못하고 고사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뿌리째 파낸 뒤 폐기 처리되는 최후를 맞이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조경업자 등은 “국내 최고가 황금소나무가 한그루에 3500만~4000만원 수준에 거래됐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있지만 5억짜리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 김모(40)씨는 “어지간한 프로야구 선수 연봉을 뛰어넘을 만큼 비싼 황금소나무가 불과 2년여 만에 말라 비틀어 죽었다는 건 모두가 들었던 전설 같은 사실”이라며 “관리가 부실해서인지 애초 황금소나무를 사는 과정에 흑막이 있던 것인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고 말했다.

‘황제 조합장’과 ‘상왕 고문’이라는 권력형 별칭은 이번 붕괴참사의 실질적 원인과 관련이 깊다. 제3구역에 이어 제4구역 조합장을 이어 맡은 조모(73)씨는 기초의회 부의장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다.

조씨는 구의회 부의장을 지내다가 불법 관권선거에 연루된 혐의로 사퇴한 바 있다.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 구청장 등과 나란히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섰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0여년 간 재개발 조합을 이끌면서 학동 재개발 구역 ‘황제’로 군림하게 된 조씨는 제4구역 조합 살림을 총괄하는 총무이사에 자신의 아들을 앉힌 것도 모자라 차명 주택과 상가, 분양권 등으로 적잖은 부를 축적했다는 설이 ‘주전부리’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최근까지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을 지낸 문모(61)씨의 비호를 받아 제4구역 조합장으로 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도 힘든 조합장을 두번씩이나 맡게된 조씨는 이후 감정평가법인, 법무법인, 설계·정비 업체 등의 선정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권에 두루 개입했다는 조합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씨가 먼저 조합장을 맡았던 학동 재개발 제3구역에서는 높은 분양가에도 아랑곳없이 11개동 1410세대의아파트기 성황리에 분양됐다.

정치인 출신 조씨를 옹립한 문씨는 어릴 적부터 조직폭력배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 재개발 대행사의 ‘고문’이자 실질적 운영자다. 아내에게 M사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준 문씨는 재개발 조합장 선거과정은 물론 조합원 총회 등에서도 체격이 건장한 사설경비원들을 동원해 조씨의 당선은 물론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재개발 업무를 적극 도왔다고 전해진다.

이로 인해 문씨는 자의 반 타의 반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합장을 배후에서 조정하는 ‘상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게 그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이를 피해 미국으로 지난 13일 도피했다.

문씨는 미국에서 광주경찰 모 간부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경찰수사가 공정하지 않다며 수사진 교체가 전제되면 변호사 선임과 함께 귀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씨와 문씨가 단순히 철거 공사 등을 수주받도록 돕는 데 그치지 않고 석면 등의 철거 면적을 실제보다 몇배 부풀려주고 배를 채웠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재개발 조합장이 시공사를 주물러 철거업체 선정을 주도하는 것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철거건물 붕괴참사 1주일을 넘긴 광주 지역사회에서는 언제 ‘판도라의 상자’라 열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재개발 조합 차원의 단순한 이권개입이 아니라 지역 정·관계를 뒤흔들 ‘시한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는 씁쓸한 괴문이다.

수년 전 지역사회에서 횡행했다는 이른바 ‘분양권 로비설’이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제4구역 붕괴참사로 이어졌다는 억측이 마냥 무심코 들리지 않는 배경이다.

지역민들은 “악어와 악어새의 공존은 자연스럽지만 비리 복마전으로 꼽히는 재개발 조합과 조직폭력배의 의기투합은 항상 불행을 잉태하게 될 뿐”이라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후진국형 붕괴 참사를 불러온 검은 커넥션의 실질적 ‘몸통’과 ‘뒷배’를 가려내야 한다“며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비리사슬을 끊기 위한 경찰수사가 꼭 필요한 데 총경급 경찰간부까지 얽혀 있다는 낭설이 끊이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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