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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사건 재발 막겠다”더니…여가부 대책, 제자리걸음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 여성가족부가 재발 방지 대응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 내부에 사건 조치를 맡기는 등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가부의 성범죄 대응 매뉴얼도 제때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여가부는 지난해 11월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응체계 강화 방안’을 내며 공공기관 내 성폭력·성추행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24일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여가부가 신설한 기관장 전담 신고창구 운영 결과 현재까지 신고된 건수는 지난 3월 24일과 6월 7일에 접수된 2건으로 나타났다.

한 광역지자체 산하기관에서 발생한 지난 3월 사건의 진상파악을 위한 여가부 조치는 초기 상담 진행(3월 25일)과 상급기관인 광역지자체에 사건 처리 조치 요청(4월 19일)이 전부였다. 이후 여가부는 지난 8일 해당 지자체에 성희롱 방지 및 대응 컨설팅 등 사후 조치를 진행했다.

성희롱 방지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해 여가부 장관이 사건 발생기관에 현장점검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등 개입 권한이 늘어났으나, 여전히 지자체 자체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구조는 바뀌지 않은 셈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는 사건의 직접 조사 권한이 없어 해당 기관에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면 그에 대한 현장점검을 나가는 것”이라며 “(박원순과 오거돈 사건 때처럼) 상급기관이 없는 곳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나 경찰 수사로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지난 1월 26일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리면서 여가부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한 내용의 이행도 늦어지고 있다. 지난 3월 8일 작성된 인권위 결정문에는 지방자치단체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발생 시 독립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기구에서 조사·구제할 것, 2차 피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해 법령을 정비하고 매뉴얼을 마련할 것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종사자의 성희롱·성폭력 피해 발생 시 여가부의 대응 매뉴얼은 2018년 6월이 최신판이다. 성 비위 사건이 발생해도 3년 전 만들어진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과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여가부는 “상반기에 새 매뉴얼을 배포하려고 했는데 올해 4월쯤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수정하느라 재작업 중이다”라며 “새로운 법이 시행되는 10월 내 마련을 내부적으로 생각은 하는데 100% 확신은 못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여가부가 성범죄 근절, 피해자 보호 관련 사안만큼은 신속하고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소극적 태도로는 국민의 여가부 불신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도개선의 경우 법 시행 전이라도 관계 기관과 협의하여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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