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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리거’ 크로아티아 오르샤의 인생 역전

화려한 스타들 속 1골-1도움 활약
전남-울산 거치며 축구 실력 갈고 닦아
재도전한 유럽 무대서 연이어 가치 입증

스페인을 상대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오르시치(왼쪽 세 번째)의 모습. AP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4위 크로아티아는 29일(한국시간) 덴마크 코펜하겐의 파르켄 경기장에서 열린 유로 2020 16강 스페인(6위)과의 경기에서 ‘언더독의 반란’을 선보였다. 1-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던 경기를 후반 막판 3-3까지 만들면서다. 비록 연장전 두 골을 허용해 8강 진출을 이루진 못했지만, 박수 받을 만 한 투지였다.

1-3에서 3-3까지, 크로아티아가 7분 동안 두 골을 넣는 과정에서 머리를 바짝 깎은 호리호리한 선수가 눈에 들어왔다. 후반 22분 교체 투입된 이 선수는 빠른 발과 정확한 위치 선정으로 정규 시간을 5분 남긴 후반 40분 스페인과의 격차를 1점 차로 좁히는 추격 골을 터뜨렸다. 문전 앞 혼전 상황에서 스페인 우나이 시몬 골키퍼가 막고 튀어나온 볼에 오른 발을 갖다 대면서다.

번뜩이는 플레이는 멈출 줄을 몰랐다. 추가시간도 5분만 남은 상황. 왼 측면에서 볼을 키핑한 이 선수는 전방을 힐끔 보더니 곧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스페인 골문으로 날카롭게 휘어들어간 볼은 문전 앞에 있던 마리오 파샬리치(아탈란타)의 머리에 정확히 얹어져 또 다시 굳건했던 스페인의 골문을 뚫어냈다.

오르시치의 울산 시절.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낯익은 이 선수는 K리그 전남 드래곤즈와 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미슬라프 오르시치(29․K리그 등록명 오르샤)다. 유럽 무대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머나먼 한국을 찾아 조용히 실력을 갈고 닦았던 오르시치는 기어코 최고의 무대인 유로 대회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는 인생 역전 신화를 써냈다.

사실 오르시치는 16세에 크로아티아 1부리그에 데뷔해 연령별 대표팀을 거친 유망주였다. 큰 꿈을 안고 2013년 이탈리아 세리에B에도 진출했다. 하지만 이후 축구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다. 주전 경쟁에 밀려 벤치만 달구다 한 시즌 만에 고국행 비행기에 오른 그는 자국 리그 적응에도 애를 먹었고, 급기야 슬로베니아 리그 등 소규모 리그를 임대로 전전했다.

그에게 기회를 준 무대가 K리그였다. 2015년 전남에 임대로 합류한 오르시치는 노상래 감독의 믿음 속에 빠르게 적응해 나갔고, 결국 두 시즌 동안 14골 11도움을 올리는 전남의 에이스가 됐다. 이후 중국 창춘 야타이를 거쳐 울산을 통해 다시 K리그로 복귀해서는 2017~2018 시즌 14골 4도움을 올리며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에도 기여했다.

이후 고국 명문팀 디나모 자그레브를 통해 유럽에 재도전한 오르시치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돼있었다. 2019-2020시즌 생애 처음 출전한 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아탈란타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2020-2021시즌 유로파리그에선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를 상대로 다시 해트트릭을 올리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지난 시즌 그의 기록은 51경기 24골. 리그 득점 순위에선 3위를 마크했다.

“선수 시절 한국에서 뛴 에이전트 조언으로 한국행을 결정했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요. 많은 유럽 선수들이 K리그로 이적하면 한국 축구의 높은 수준과 좋은 시설에 놀라죠. 한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K리그가 낳은 스타’ 오르시치는 지난달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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