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세’인줄 알았는데 ‘하이닉스세’가 됐다…윤곽 나온 디지털세

OECD·G20 합의안 초안 마련

구글 등 겨냥했지만 삼성전자 등 제조업 확대
사업장 위치 무관하게 해외기업 매출에 과세 근거
기재부 “한국이 이익일지 손해일지 추산 불가”
10월 G20 정상회의서 합의 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의 글로벌 제조기업이 2023년부터 해외에서 10% 넘는 영업이익을 얻으면 해당 국가에 세금을 내게 된다. 구글과 애플 등 국내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세계적 기업에 대해 한국 정부가 과세할 길도 열린다.

기획재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 20개국(G20)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 이행체계(IF)’가 디지털세에 대한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고 2일 밝혔다. 디지털세란 여러 국가에 진출해 막대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매출을 얻고도 시장 소재지에 사업장(서버)이 없다는 이유로 세금을 내지 않는 글로벌 정보통신(IT)기업의 디지털 매출에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원래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IT기업이 주된 대상이 됐지만, 논의 과정에서 IT기업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제품을 파는 제조기업까지 포함됐다.

IF의 디지털세 논의는 매출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하는 ‘필라1’과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법인세가 낮은 국가로 본사를 옮기는 것을 막기 위해 글로벌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필라2’로 나눠진다. IF 합의안에서는 필라1의 경우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27조원)와 이익률 10% 이상 기준을 충족하는 다국적 기업 100여 곳이 과세 대상으로 분류됐다. 대상 기업의 글로벌 수익 가운데 통상이익률로 설정한 10%를 넘는 초과이익 중 20~30%에 대해 매출발생국에 과세권을 배분한다. 적용 업종은 ‘채굴업’이나 ‘규제받는 금융업’을 제외한 전 업종으로, 사실상 대부분의 제조기업이 다 포함됐다.

기재부는 한국 기업 중에서는 연간 연결 매출이 200조원 내외인 삼성전자와, 30조원 안팎인 SK하이닉스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에 낸 법인세 일부가 해외 매출발생국으로 배분되고, 그 대신 구글, 애플 등 외국 IT기업이 국내에서 거둔 매출 일부에 대해 한국 정부가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셈이다. 정정훈 기재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이중과세 조정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으므로 기업의 세 부담은 디지털세 도입 전과 비교해 중립적이다.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복병’이 숨어있다고 지적한다. IF 합의안의 필라2에서는 글로벌 최저한세를 15%로 정했다. 기재부는 “우리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이기 때문에 15% 수준인 최저한세율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실장은 “우리 기업 중에서도 법인세가 싼 해외 국가로 진출해 그곳에서 매출을 거두는 기업이 적지 않은데 그런 기업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는 조세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며 “때에 따라서는 글로벌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한국의 손익과 관련해 “아직 세부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추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한국은 현재 기준으로 보면 (디지털세 과세 대상인) 한두 개 기업의 세수를 해외에 배분하고, 반면 나머지 98~99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세수를 받는 구조”라고 밝혔다. 과세 대상 기업 수로 치면 손해가 아닐 것이라는 뉘앙스이지만, 실제 기업의 해외 수익 등에 따라서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정부가 거둔 세수보다 한국 기업이 외국에 내야 할 세 부담이 클 수도 있다. 특히 시장이 큰 미국, 인도, 브라질 등의 국가에 내야 할 국내 기업의 세금이 늘 수 있다.

다만 국가 간 유불리 여부를 떠나 그동안 물리적 사업장이 있어야만 외국기업에 대해 과세할 수 있었던 것을 사업장 유무와 관계없이 가능하도록 한 점은 국제조세체계의 원칙을 새로 정립하는 성과라는 평가가 많다.

IF에 참여하는 139개국 중 아일랜드, 나이지리아 등 9개국은 자국 법령과의 충돌 등을 이유로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대부분 국가가 동의하는 분위기 속에서 디지털세에 불참하는 국가가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종 합의는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 합의안이 오는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최종 합의되면, 각국이 제도 정비를 거쳐 2023년부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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