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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이 유쾌할 수는 없을까…‘이상해도 괜찮은’ BIFAN 개막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8~18일 열려…나홍진 ‘랑종’ 최초 공개 주목

제2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스틸. BIFAN 제공

동양에서 저승세계가 좀 유쾌할 수는 없는 걸까. 영화 ‘신과함께’에서 그려진 저승은 이승에서의 죄를 7번 심판받는다. 이승에서의 살인은 물론 비겁한 삶을 살거나 입을 잘못 놀려도 고통으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

제2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에서는 이승에서 사랑의 짝을 찾아주면서 전생의 죄를 씻고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상상한다. 동양의 큐피트 격인 ‘월화노인’이 옥황상제 몰래 직녀와 견우를 붉은 실로 이어줬던 설화를 확장한 것이다.

8일 개막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르 영화제 BIFAN이 18일까지 열린다. 올해 슬로건은 ‘이상해도 괜찮아’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지지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BIFAN에서 최초로 공개된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는 대만 출신의 구파도 감독이 만든 세 번째 작품이다. 영화는 전생의 기억을 잊고 저승에 온 샤오룬(가진동)이 파트너 핑키(왕정)와 함께 이승 사람들에게 부부의 연을 맺어주던 중 우연히 전생의 연인이었던 홍징칭(천옌시)를 보고 기억을 되찾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제2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스틸. BIFAN 제공

감독은 데뷔작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1)로 한국 영화팬들에게 익숙하다. 현지에서는 소설가로 더 유명한 그는 두 작품 모두 본인의 소설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지난 2017년 두 번째 작품 호러 스릴러 ‘몬몬몬 몬스터’로 제21회 BIFAN에서도 관객상을 받기도 했다.

구파도 감독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어렸을 때 부모님이 밥을 남기고 죽으면 지옥 가서 다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지옥 가면 너무 무섭고 괴로울 텐데 먹을 것도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며 밥을 조금씩 남겼다”며 “죽은 이후의 세상을 재밌게 묘사하고 싶었다. 아이들도 이 영화를 통해 저승을 다르게 바라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2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 개막작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 공식 기자회견에 화상으로 참여한 배우 왕정 가진동 송운화와 구파도 감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BIFAN 제공

구파도 감독을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만들어준 건 그의 소수자성이다. 그는 “저는 키가 160㎝로 어렸을 때부터 작았다. 그래서 여학생들과 어울리려고 헛소리를 많이 하면서 이야기꾼이 됐다”며 “집안에서는 만화책을 보지 못하게 할 정도로 엄했는데, 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어지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BIFAN은 15일까지는 부천 일대에서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16일부터 18일까지는 온라인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서 진행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47개국 258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그 중 월드프리미어로 97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7편, 아시아 프리미어로 85편, 코리안 프리미어로 46편이 공개될 예정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화제작은 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셔터’로 유명한 태국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랑종’이다. 태국 북동부 신비로운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기괴한 신내림의 기록을 담은 ‘랑종’은 ‘부천 초이스: 장편’ 섹션을 통해 전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부천=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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