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규제, 1년 만에 ‘없던 일’


재건축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정부의 규제 방안이 1년 만에 백지화됐다. 이는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의 핵심 규제 방안으로 분류됐으나 규제 정도가 지나치고 부작용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문재인정부 들어 나온 25차례 부동산 대책 중 규제 방안이 철회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12일 국토법안소위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중 재건축 조합원에게 2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제외키로 결정했다. 이 법안에는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경우 해당 단지에 무조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갭 투자 등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 게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오래된 재건축 단지의 경우 집주인들이 세를 주고 외지로 떠나 살고 있는 사례가 많은데다 실거주가 이뤄지면 재건축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집주인이 재건축 단지로 복귀하면 세입자가 당장 떠나야 해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집주인의 실거주 증가로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어 전셋값이 급등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또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에 따라 세입자들은 ‘2+2년’(총 4년)을 거주할 수 있게 됐지만 재건축 조합원의 실거주 규제는 이 제도 도입 취지와 상충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이밖에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강력한 방지책이 시행 중인 점이 감안됐다. 서울 내 재건축 단지들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제한을 받기 때문에 실거주 외 목적을 가진 사람이 집을 살 수 없어서다.

그러나 이번 규제 철회 결정은 정부가 설익은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집값과 전셋값 상승만 부추겼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미 집주인의 실거주 결정과 맞물려 밀려난 세입자들이 증가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전셋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이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방안이 재건축 사업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져 집값이 급등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나 여당이 섣부른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인식하고 철회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한 시점에 나온 철회안이어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는 비판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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