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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한도만 줄어듭니다…마이너스 통장에 무슨 일이

주요 시중은행 ‘마통 감액제도’ 운용
은행 “대출 마진 최대화·실수요 위주 실행 위한 것”
금융당국 ‘대출 조이기’ 규제도 영향


20대 직장인 A씨는 ‘비상용으로 필요하다’는 주변의 조언에 지난해 8월 한 시중은행에서 한도 2000만원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만기를 한 달여 앞둔 7월 현재 그의 한도는 1200만원에 불과하다. 200만원(10%)씩 4번 감액이 이뤄진 것이다. 최초 개설 당시 3.53%였던 금리도 4.10%로 껑충 뛰었다. 잘 쓰지 않다 보니 한도가 줄어든 것도 몰랐던 상태였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A씨만이 겪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해 7월 KB국민은행을 첫 시작으로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각각 사용률이 저조한 마이너스통장에 대해 감액 제도를 도입해 운용 중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대폭 확대된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하려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대출 마진을 최대화하려는 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국민은행은 만기일 3개월 전까지의 평균 한도 소진율이 10% 이하면 재약정 시 총한도의 20%가 감액된다. 또 평균 한도소진율 50% 이상 등 조건을 미충족할 경우 매월 총한도의 10%씩 감액이 이뤄진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부터 3000만원 초과 한도 마이너스통장 상품을 연장하거나 재약정 시 약정 기간 동안, 혹은 만기 3개월 전의 한도 사용률이 모두 10% 미만일 경우 최대 20% 한도를 감액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마이너스통장 상품에 대해 비슷한 감액 조치를 시행 중이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일 “은행 입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은 되레 손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 쓰지 않았더라도 대출을 약정했다면 은행은 언제든지 해당 금액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물론 대출 원금의 100%를 쌓아두는 건 아니겠지만, 일정 부분은 늘 빌려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 만큼 돈이 묶이게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대출 총량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고객이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은행은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잃게 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의 가계 부채 관리 기조도 은행의 이 같은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사태와 주식·암호화폐(가상화폐) 빚투 열풍 등으로 대출 수요가 사상 최대 규모로 급증하자 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5%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지침을 은행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불요불급한 대출을 줄이기 위해 은행이 사용률이 저조한 마이너스통장에 대한 감액에 나선 것이다.

대출 실수요자에게 대출이 실행돼야 한다는 원칙론도 은행권 내에서 힘을 얻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고 사용하지 않을 정도의 고객이면 사실 대출을 필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제로 대출을 필요로 하는 상황의 고객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판을 조정하는 게 올바른 처사”라고 말했다.

다만 근 1년간 한도 감액과 함께 따라붙은 금리 인상은 마이너스통장만을 겨냥한 조치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차원의 정책이긴 하지만, 일반신용대출 등 다른 대출 상품의 금리도 함께 오른 만큼 전반적인 상품 금리 인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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