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관광은 산소 먹는 하마… CO₂ 배출량, 대서양 횡단 60배

입력:2021-07-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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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우주관광 성공 샴페인 터뜨리는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AP연합뉴스

민간 우주여행 첫 테이프를 끊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우주 관광 기업 버진갤럭틱 우주비행선이 우주 언저리를 살짝 터치하고 돌아오는 동안 내뿜는 이산화탄소 규모가 대서양 횡단 비행의 60배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극소수 승객이 미세중력을 몇 분간 체험하고 오는 여행치고는 환경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얘기다.

영국 런던의 칼럼니스트 홀리 토마스는 1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기고한 ‘리처드 브랜슨의 실망스러운 우주 유람’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우주여행의 환경비용을 환기시켰다.

그는 1㎞ 날아갈 때마다 배출하는 승객 1인당 이산화탄소가 대서양 횡단 비행은 약 0.2㎏인 데 비해 버진갤럭틱의 ‘우주 가장자리 여행’은 12㎏이라고 설명했다.


준궤도 우주비행의 ‘탄소 발자국’(직·간접 온실가스 배출 총량)이 대서양 횡단 여객기의 비즈니스클래스와 비슷하다는 버진갤럭틱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토마스는 “우주비행선은 대서양 횡단 항공기보다 (이동거리가) 길고 훨씬 적은 승객을 태운다”고 지적했다. 조종사 2명을 제외한 버진갤럭티 우주선 탑승자는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6명이었다.

전날 이들을 태우고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이륙한 버진갤럭틱 우주선은 고도 약 88.5㎞ 상공까지 도달한 뒤 4분가량 머물다 낙하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대기권과 우주의 경계로 보는 고도 80㎞를 조금 넘어선 높이라 ‘우주 가장자리’라고 부른다. 엄격하게는 고도 100㎞ 이상(카르마 라인)을 우주로 인정한다.

버진갤럭틱 우주선이 ‘4분 우주관광’을 위해 이동한 전체 거리는 약 1만1260㎞라고 한다. 보통 1만1100㎞를 날아가는 대서양 횡단 비행거리보다 160㎞ 정도 길다. 각 여정에 승객 한 사람이 배출하는 전체 탄소량을 따져보면 대서양 횡단이 2.2t, 우주관광이 135.1t이다.

토마스는 “회사(버진갤럭틱)는 해당 배출량이 상쇄될 거라고 말하지만 무중력 상태를 몇 분 경험하는 데 지불하기에는 여전히 엄청난 대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미국 서부는 기록적 기온으로 2400여만명이 폭염 경보에 노출되고 100명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며 “최근 태평양 북서부의 이상고온현상은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했으리라는 게 과학자들 얘기”라고 덧붙였다.

인류 첫 유인 우주관광 성공 다음날인 이날 버진갤럭틱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7.4% 하락했다. 우주선 발사를 나흘 앞둔 지난 8일 17.3% 급등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우주비행 종료로 인한 호재 소진에다 유상증자로 예상되는 유통주식 증가 부담이 겹치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버진갤럭틱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5억 달러(약 5740억원)어치 유상증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날 종가(40.69달러) 기준 유상증자 물량은 약 1229만주로 전체 발행주식 2억4000만주의 5% 수준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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