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LG아트센터 역삼 시대…내년 3월 마곡 이전

15일 ‘코리올라누스’ 폐막으로 마지막 기획공연 완료

서울 역삼동의 LG아트센터 외관. 15일 연극 '코리올라누스'를 끝으로 올해 기획공연을 끝낸 LG아트센터는 내년 3월 마곡으로 이전한다. LG아트센터 제공

“관객 여러분, 이제 곧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이 보실 양정웅 연출의 ‘코리올라누스’는 LG아트센터 역삼 공연장에서의 마지막 기획공연입니다. 본 공연을 끝으로 LG아트센터 기획공연 시리즈 CoMPAS는 22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고, 2022년 10월부터 강서구 마곡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 여러분을 다시 만날 예정입니다. 이제까지 LG아트센터 기획공연과 함께해 주신 관객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15일 오후 6시 30분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시작된다는 하우스매니저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전원이 꺼져 있는 확인해 달라’는 평소 내용과 함께 작별인사가 더해졌다. LG아트센터가 마곡으로 이전하는 것은 내년 3월이지만 ‘코리올라누스’ 이후에는 대관 공연으로 채워져 있는 만큼 사실상 이날이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기립박수와 눈물… 아쉬움 드러낸 공연 관계자들

지난 3일 개막 직후 세련된 연출과 주인공 남윤호의 호연으로 호평받았던 ‘코리올라누스’는 이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용한 객석 내에서 만석을 기록했다. 공연이 끝난 뒤 양정웅 연출가는 무대에 올라 배우들과 함께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로비에서 만난 양 연출가는 “평소 국내 공연 커튼콜에 무대인사를 하러 나가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은 꼭 무대에서 관객을 바라보고 싶었다”면서 “LG아트센터의 마지막 기획공연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마곡으로 이전한 이후에도 지금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우 남윤호가 타이틀롤을 맡은 '코리올라누스'는 LG아트센터가 역삼동에서 올린 마지막 기획공연이다. LG아트센터 제공

2000년 3월 27일 개관한 LG아트센터(1103석)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동시대적 작품 라인업과 선진적인 극장 운영으로 한국 공연계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했다. 피나 바우쉬, 레프 도진, 로베르 르파주, 매튜 본 등 국내에서 좀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해외 거장들의 작품과 함께 김광보, 양정웅, 정영두 등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신작을 선보여 공연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이날까지 기획공연은 398편, 1397회로 집계됐다. 그리고 관람객은 90만8940명, 객석 점유율은 70.0%로 집계됐다.

이외에 LG아트센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초대권을 없애고 시즌 패키지 티켓 판매를 시작하는 한편 해외 공연계와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구축하는 등 선진적인 공연장 운영의 모델이 됐다. 또 2001년 12월부터 7개월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장기 대관공연을 통해 국내 뮤지컬의 산업화에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날 심우섭 대표를 비롯한 LG아트센터 임직원들은 모두 공연장에 나와 관객을 맞았다. 특히 1996년 12월 김의준 초대 대표에 이어 개관요원으로 합류해 25년간 LG아트센터에서 근무한 이현정 국장은 기립박수와 함께 공연이 끝난 뒤 감개무량한 듯 눈물을 흘렸다. 이 국장은 “이곳에서 마지막이라는 게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그동안 LG아트센터 무대에 섰던 예술가들과 찾아준 관객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LG아트센터의 '코리올라누스' 배우들이 15일 공연을 마친 뒤 인사하자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확산되자 거리두기가 4단계로 상향됨에 따라 ‘코리올라누스’는 평일 공연 시간을 오후 7시 30분에서 6시 30분으로 1시간 앞당겨야 했다. 하지만 티켓 취소는 손에 꼽을 정도였으며, 취소 티켓이 나오면 바로 판매됐다.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 LG아트센터의 관객들이 역삼동에서 마지막 기획공연을 함께 하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관객 중에는 LG아트센터의 이전을 앞두고 마지막 기획공연을 아쉬워 하는 배우, 평론가, 기획자 등 공연계 관계자들이 대거 눈에 띄었다. 특히 국립극장,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강동아트센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등 공연장과 공연단체 기획자들은 공연이 끝난 뒤에 한참 동안 로비에 남아 삼삼오오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지민주 국립극단 작품개발팀장은 “LG아트센터는 한국 공연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공연장이었다. 공연 애호가나 관계자 모두에게 특별한 공연장이기 때문에 다들 아쉬워한다”고 말했고, 신민경 국립극장 기획위원은 “내 또래의 기획자들은 LG아트센터의 공연을 보며 공부했던 만큼 이곳에서 마지막이라는 게 눈물이 날 정도로 아쉽다. 마곡에서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만나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마곡 LG아트센터와 역삼 GS타워 공연장

LG아트센터의 마곡 이전은 2005년 LG그룹과 GS그룹이 분리된 데서 시작됐다. LG그룹 공익법인 LG연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LG아트센터가 들어섰던 LG강남타워가 GS그룹 소유의 GS타워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후 GS그룹으로부터 공연장을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되어온 LG아트센터는 LG그룹이 마곡지구에 연구개발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2013년 확정되면서 이전이 결정됐다. 당초 올해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늦어지면서 2022년 10월 개관으로 최종 확정됐다.

마곡에 들어서는 새 LG아트센터의 조감도. LG아트센터 제공

일본 출신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새로운 LG아트센터는 1300석의 대극장과 300~400석의 블랙박스 씨어터가 들어선다. LG그룹은 새로운 LG아트센터를 20년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 할 예정이다.

한편 GS그룹이 GS타워에 남게 되는 공연장을 어떻게 운영할지도 관심이다. GS그룹이 직접 운영에 나서는 형태, 민간 회사에 위탁하는 형태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GS그룹의 경우 여수시에 지역사회 공헌 차원에서 1100억 원을 들인 문화예술 복합시설 예울마루를 지난 2012년 개관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여수시에 예울마루를 기부채납 했지만 운영도 하고 있다. 공연계에서는 GS그룹이 GS타워의 공연장과 예울마루를 연계해 기획 공연을 일부 진행하고 나머지는 뮤지컬에 장기대관을 주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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