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현장서 구조 2달 뒤…이렇게 변했어요 [개st하우스]

지옥서 탈출한 백구의 반전…기적 만든 2개월


“학대의 기억 탓일까요. 여우는 항상 철창 구석에 숨어 지냈어요. 손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고, 생애 첫 산책 때는 무서워서 걷지도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2개월 만에 이만큼 마음을 열어주니…. 너무 고마워요. 그땐 불쌍했지만 이젠 사랑스러운 백구가 됐어요. 불쌍해서가 아니라 사랑해서 함께해줄 가족을 찾아주고 싶습니다.”

학대, 유기 등 위기를 겪은 동물에게 평생 가족을 이어주는 국민일보 기획 ‘개st하우스’가 운영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출연한 유기동물은 총 74마리로, 그중 입양 간 동물은 73%인 54마리를 기록했습니다. 전국 유기동물보호소의 지난해 평균 입양률(32%)보다 두배가량 높은 성과였죠.

하지만 여전히 가족을 찾지 못한 동물도 20마리나 됩니다. 출연 당시에는 아직 학대의 트라우마를 다 씻어내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이후 임시보호자(임보자)의 정성스러운 돌봄 덕분에 이제는 입양 갈 준비를 마친 견공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지난 3월 인천 서구의 개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백구 여우(5월 1일자 보도 “다리 자르고 토치…개지옥서 구조된 꼬마백구” 참조)가 보여준 지난 4개월 간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학대의 트라우마…사람 보면 덜덜 떨었다

지난 3월말, 인천의 한 고등학교로부터 불과 100여m 떨어진 야산에서 대규모 동물학대 현장이 적발됐습니다. 발견된 30여 마리의 개 중에 암컷들은 뒷다리 아킬레스건이 흉기로 훼손된 채 제자리에서 묶여 출산을 강요당하고 있었습니다. 생후 5개월 백구 여우는 학대와 도살이 일상인 그곳에서 구조됐어요.

학생의 보건과 안전을 위해 학교 부지 200m 내(교육환경보호구역)에는 동물 사육 및 도살이 금지된다. 인천 서구의 동물학대 현장은 중, 고등학교로부터 불과 100여 m 거리에 있었다. 현장의 암컷 성견들은 뒷다리가 고의로 훼손된 상태였다. 동물단체 동행세상 제공

구조 직후 여우 모습. 학대 트라우마로 사람을 두려워했다. 제보자 김태희씨 제공

지난 5월 취재진을 만난 여우는 여전히 학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반평 넓이의 좁은 철창에 숨어 지냈고, 사람을 보면 딸꾹질을 했죠. 학대 현장에서 나고 자랐으니 다시금 인간을 신뢰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다만 취재 말미에 동물행동교정사 자격증이 있는 기자의 도움을 받아 생애 첫 산책에 성공하면서 사회화의 작은 가능성을 보여주었어요. 이후 임시보호자는 “취재진 조언에 따라 여우가 인적이 드물고 생활소음이 적은 밤 10시 이후에 꾸준히 산책을 실시했다”면서 “2개월 만에 성격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지난 5월, 개st하우스 취재진과 여우가 만난 모습. 여우는 학대 트라우마로 사람을 무서워했지만, 취재기자 품에 안겨 생애 첫 산책에 성공했다.

철창 넘어 폴짝…반려견 준비됐어요

축축한 여름 소나기가 그친 지난 13일, 국민일보는 인천의 한 펫운동장에서 여우와 다시 만났습니다. 산책 나오면 숨을 곳을 찾던 예전 모습은 볼 수 없었어요. 이제 여우는 푸른 들판을 마음껏 달리고 보호자가 부르면 다가와 품에 안기는 반려견이 되었답니다. 체력이 어찌나 좋은지, 30도 무더위에 다른 개들은 숨을 헐떡이는데도 임보자에게 계속해서 공을 던져달라고 보챘어요.

여우의 임보자 김태희씨는 “2개월 새 성격이 놀랍도록 밝아졌다”면서 “두달 전에는 여우를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불쌍한 개’라고 알렸지만, 이제는 ‘보호자 무릎 위에 와서 앉는 애교쟁이’라고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어요.

"제가 우울했던 적이 있었나요~?" 2개월의 임시보호 동안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여우 모습. 함께 펫운동장에 입장하는 백구, 찌니도 2개월 임시보호로 사회화에 성공했다.

이날 촬영에는 여우와 함께 구조됐던 백구, 찌니도 함께 동행했어요. 지난 번 만났을 때 찌니는 건장한 남성만 보면 짖고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이제는 남성인 기자에게 선뜻 다가와 등을 맞댈 정도로 성격이 밝아졌습니다. 여우와 찌니가 약속이라도 한 걸까요. 두 견공은 2개월 만에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임보자들의 상냥한 동반자로 거듭난 모습입니다.

2개월의 임시보호는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구조 당시 여우는 혈액과 피부에 기생충이 감염된 상태였고, 이를 완치하느라 1개월 넘게 동물병원을 오갔답니다. 또한 여우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주느라 태희씨는 10평 남짓한 원룸 한복판에 커다란 철창을 설치했었죠. 기생충 감염을 이겨내고 어두운 철창을 벗어나면서 그렇게 여우는 조금씩 임보를 졸업하고 있답니다.

임시보호를 이별이 정해진 사랑이라고들 합니다. 사랑 받을 준비를 마친 여우는 이제 입양신청자가 나타나는 그날 임보자의 곁을 떠나게 되지요. 태희씨는 “여우가 제 곁을 떠난다니 무섭지만, 평생을 함께할 가족이 나타난다면 웃으면서 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임보자가 없었다면 여우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공공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공고기간을 마친 뒤 쓸쓸한 안락사를 당하거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서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냈을 겁니다. 하지만 임시보호 덕분에 여우는 마침내 반려견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지요.

위기의 동물들을 만나 멋진 세상을 선물하는 기획, 개st하우스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애교 많고 건강한 12㎏ 내외의 백구, 여우를 기르고 싶은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맑은 진도믹스! 여우가 가족을 기다립니다
- 진도믹스 / 8개월 추정 / 수컷(중성화X) / 12kg
- 접종(5차 완료) 및 동물내장칩 등록 완료
- 해맑은 성격, 다소 질투가 있음

*입양을 희망하신다면, 아래 링크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http://naver.me/Fa3Egfhi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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