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올림픽] 불만 터진 선수촌 “오모테나시” 어디로?

‘최고의 환대’ 약속 무색한 선수촌 시설
골판지 침대에 비좁은 객실 “중세 일본?”

도쿄올림픽 유치위원으로 활동한 다키가와 크리스텔이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오모테나시”를 말하며 가지런히 모았던 왼손을 펼치고 있다. 이 장면은 일본의 올림픽 유치에 가장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NHK 방송화면 촬영

“오, 모, 테, 나, 시.”

일본 후지TV 아나운서 출신으로 도쿄올림픽 유치 위원으로 활동한 다키가와 크리스텔(44)은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우리는 여러분을 특별하게 환영하려 한다. 그것을 한 마디로 나타내는 일본어가 있다”며 ‘오모테나시’를 소개했다.

오모테나시는 접대를 뜻하는 ‘모테나시’(もてなし)에 정중함을 더하는 표현으로 ‘오’(お)를 붙여 ‘최고의 환대’를 약속하는 말이다. 일본 식당이나 숙박업소 종사자의 친절한 접객이 오모테나시로 설명된다. 왼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오모테나시를 한 음절씩 또박또박하게 말한 다키가와의 연설은 IOC 위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일본은 이 총회에서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을 제치고 올림픽을 유치했다. 다키가와의 연설은 지금도 도쿄올림픽 홍보 영상에 등장한다.

하지만 8년 만에 실체를 드러낸 오모테나시는 다키가와의 약속과 달랐다. 도쿄 하루미 올림픽 선수촌에 입촌한 각국 국가대표들은 허술하고 불편한 환경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올림픽 개막이 임박해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선수촌 안에서 국가대표들이 택할 수 있는 건 SNS에 올리는 하소연뿐이다.

한국 선수단 본단이 일본으로 입국한 지난 19일 도쿄 하루미 올림픽 선수촌 앞에 강한 볕이 내리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선수촌의 최대 논쟁거리는 ‘골판지 침대’다. 미국 장거리 육상 국가대표 폴 첼리모는 지난 17일 트위터에 선수촌 침대와 골판지 상자를 나란히 올리고 ‘전과 후’라고 적었다. 올림픽이 끝나면 선수촌 침대가 골판지 상자로 바뀔 것이라는 조롱을 담았다. 그만큼 선수촌의 침대 상태가 조악하다는 뜻이다. 첼리모는 “침대에 소변을 보면 상자가 젖어 무너질 것”이라며 “결승전을 앞둔 선수에게 최악의 밤을 선사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객실이 유럽계 선수들에게 좁다는 의견도 나온다. ‘도핑 스캔들’로 퇴출돼 대표팀을 구성할 수 없는 러시아에서 펜싱 선수들을 지휘하는 일가 마메도프 감독은 “객실과 욕실이 너무 좁아 중세의 일본을 보는 것 같다. 21세기의 일본답지 않은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4~5명이 투숙하는 객실에 화장실은 1곳뿐이고, TV와 냉장고가 없다고 마메도프 감독은 덧붙였다.

선수촌에서 터져 나온 불만에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무토 도시로 사무총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다. 선수촌은 편안한 장소여야만 한다. 의견을 청취하고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조직위의 최고 책임자인 하시모토 세이코 위원장도 “확인한 즉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선수촌 내 시설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선수촌은 건물 21개 동과 객실 3600개로 조성돼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끝내면 48시간 안에 출국해야 한다. 선수촌 시설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기도 전에 출국할 수도 있다.

도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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