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차이 총통’ 표현 금지…홍콩 유일 공영방송도 중국화

“대만을 주권국가로 지칭하는 용어 사용 안돼”
3월 새 국장 취임 후 ‘방송 전 검열’
지난달 폐간된 빈과일보 임원 추가 체포


중국의 홍콩 통제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 유일의 공영방송이 대만을 국가로 지칭하는 어떠한 표현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대만 총통이란 호칭도 금지했다.

21일 홍콩자유언론(HKFP)에 따르면 홍콩 공영방송 RTHK는 전날 “어떠한 경우에도 대만을 주권 국가로 지칭하거나 인식하게 하는 용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을 만들어 배포했다. 이에 따라 대만에 대해선 ‘국가’ ‘정부’ ‘중화민국’(ROC)과 같은 표현을 쓸 수 없다. 대신 ‘대만 당국’을 사용해야 한다.

지침은 또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대만 지도자를 언급할 때에는 ‘총통’이란 표현은 안 되고 ‘대만 지역 지도자’로 호칭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지침은 RTHK가 내보내는 TV, 라디오, 인터넷상의 모든 기사에 적용된다. 지침은 “RTHK는 홍콩의 공영방송이자 정부부처인만큼 이같은 원칙을 엄격히 준수하고 대만 관련 용어 사용에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RTHK는 2019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 때 반중 성향 보도로 친중 세력의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번지던 지난해 3월 RTHK는 세계보건기구(WHO) 브루스 에일워드 사무부총장과 화상 인터뷰를 했는데 이 때도 중국 심기를 건드렸다.

RTHK 시사 프로그램 기자는 에일워드 사무부총장에게 ‘대만의 WHO 가입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을 거듭 던졌다. 난감해하던 에일워드 사무부총장은 질문이 계속되자 전화 연결을 끊어 중국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만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WHO에 다시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대만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2009년부터 옵서버(참관인) 자격으로 WHO 총회에 참여했지만 반중 성향의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하면서 2016년 옵서버 자격을 상실했다.

지난해 6월 말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로 RTHK에 대한 압박 강도는 더 세졌다. 2019년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백색 테러’(친중 세력의 시위대 공격) 프로그램을 제작한 기자가 체포되는가 하면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기자는 해고됐다.

급기야 에드워드 야우 홍콩 상무장관은 지난 2월 임기가 끝나지도 않은 렁카윙 방송국장을 조기 교체했다. 동시에 RTHK에 대한 85쪽 분량의 검토 보고서를 내 편집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고 시청자 불만을 부실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새로운 방송국장이 취임한 이후로는 방송 전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 RTHK가 대만 관련 내규를 만든 건 예고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가 폐간 전 마지막으로 발행한 신문을 사기 위해 시민들이 가판대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홍콩 경찰은 지난달 폐간된 빈과일보의 집행편집장 람만청을 보안법상 외부세력 결탁 혐의로 이날 체포했다. 이로써 빈과일보의 사주인 지미 라이를 비롯해 편집장, 주필, 논설위원 등 고위직 8명이 체포됐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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