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거부’ 미국인들, 어떤 제안에도 “백신 안 맞겠다”

미국 백신 접종 완료 비율, 전체 인구의 48.7%
집단면역 백신접종률 70∼85%에 턱없이 낮아
백신 거부자들 74% “유급휴가 줘도 안 맞을 것”
지난주 어린이 확진자 2만 3천명…6월 비해 ‘두 배’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휴스턴 감리교 병원’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한 직원들을 해고하겠다는 조치를 밝히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지난 6월 7일(현지시간) 병원 앞에 모여 ‘백신 강제 접종 반대’, ‘(조치를) 바꾸지 않으면 (백신을) 불태울 것’이라는 주장이 적힌 팻말을 들고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AP뉴시스

지금 미국의 고민은 저조한 백신 접종률이다. 코로나19 백신은 넘쳐나는데,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을 거부하는 미국인들의 70% 이상이 미국 정부나 기업·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어떠한 편의나 설득에도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을 것 같다”고 답해 미국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두 차례 맞아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들은 모두 1억 6160만 명이다. 전체 미국인의 48.7%다.

이는 보건 당국자들이 집단면역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는 백신 접종률 70∼85%에 턱없이 낮은 수치라고 CNN방송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백신을 맞지 않고 있는 미국 성인 295명으로 대상으로 지난 16∼1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백신 접종을 권유해도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론조사에서 ‘당신이 다니는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받을 수 있다면 맞겠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55%는 “절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16%는 “별로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답변이 71%에 달한 것이다. 응답자의 26%만 “맞을 것 같다”고 답했다.

‘유급휴가를 주면, 백신을 맞겠느냐’는 질문에도 응답자의 63%는 “절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11%는 “별로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 질문에도 부정 답변이 74%를 차지했다. 유급휴가를 주면 “맞을 것 같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유명 인사나 공적인 인물이 백신을 보증하면 맞겠느냐’는 질문에도 70%가 “절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응답했다. 14%는 “별로 맞을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맞을 것 같다”는 대답은 14%에 그쳤다.

‘지역사회 자원봉사자가 백신에 대해 당신과 상의할 경우 맞겠느냐’는 물음에 70%는 “절대 맞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13%는 “별로 맞을 것 같지 않다”고 응답했다. 15%만 “맞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악시오스는 “이번 여론조사는 미국에서 집단면역이 이뤄지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는 심각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낮은 백신 접종률과 ‘델타 변이’의 확산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은 다시 악화되고 있다.

CNN방송은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확진자 숫자는 3만 7055명”이라며 “이는 2주 전 확진자 평균 1만 3665명에 비해 2.5배 증가한 것이고, 1주 전보다는 54% 늘어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린이 환자가 크게 느는 것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미국 소아과 학회(AAP)는 “지난주 어린이들 중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 3000여 명 발생했다”면서 “이는 지난 6월 말과 비교할 때 거의 2배가 급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선 12세 미만의 어린이에 대해선 백신 접종이 승인되지 않았다. 다만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올해 연말 어린이들에 대한 백신이 긴급 승인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CDC는 미국인의 약 28%에 해당하는 9100만여 명이 코로나19 전파가 높은 지역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가 다시 번지자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없이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지난 주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또 병원과 기업들 사이에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뉴욕시는 11개 공공병원의 직원들에게 8월 2일부터 백신을 접종받거나 매주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것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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