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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올림픽] ‘셀프 수여식’ ‘마스크 키스’ 방법 찾은 승자들

코로나19가 바꾼 올림픽 경기장 풍경들
‘메달 수여‘ 58년 전통 깨고 셀프 시상
선수-취재진 사이 ‘1m 거리두기’ 인터뷰

한국 양궁 국가대표 안산(왼쪽)이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도쿄올림픽 혼성 단체전을 함께 정복한 김제덕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 주고 있다. 김제덕도 같은 방법으로 안산에게 금메달을 선사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수여식을 폐지한 도쿄올림픽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들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코로나19는 올림픽 경기장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놨다. 시상대부터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까지 모든 공간에 거리가 생겼고, 승자의 미소는 마스크 안에 가려졌다. 흥이 떨어져도 안전을 위한 선택이다. 승리의 환희를 마음껏 표출할 수 없는 올림픽이지만, 승자들은 스스로를 축하하고 격려할 방법을 찾아냈다.

한국의 도쿄올림픽 1호 금메달을 획득한 양궁 대표팀의 두 막내는 서로에게 수여하는 방법을 택했다. 안산(20)과 김제덕(17)은 24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혼성 단체전을 정복한 뒤 쟁반에 놓인 금메달 2개를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건네받고 서로의 목에 걸어 줬다. 단체전이어서 가능한 장면이다. 양궁 대표팀의 여자부 막내인 안산, 그보다 세 살 더 어린 남자부의 김제덕은 올림픽 신설 종목인 혼선 단체전의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에선 유력 인사가 시상대 앞까지 메달을 가져와 선수에게 걸어 주고 악수, 혹은 포옹을 하는 세리머니를 진행하지 않는다. 올림픽 참가자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선수의 목에 걸어 주는 형식의 시상식은 1960년 이탈리아 로마 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 리본을 단 올림픽 메달도 당시 처음 등장했다. 그 전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은 상자나 쟁반에 담겨 선수에게 전달됐다. 메달의 성격은 상패와 같았다. 20세기 초반 올림픽에선 증명서를 발급하듯 선수가 직접 메달을 수령하기 위해 조직위원회로 찾아가기도 했다.

선수의 목에 메달을 거는 수여식 형태의 시상식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58년간 이어졌다. 같은 형식으로 시상식을 진행한 마지막 하계올림픽은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다. 도쿄올림픽에서 반세기를 넘긴 전통이 깨진 셈이다.

이로 이해 도쿄올림픽 시상식장 분위기는 이전의 대회처럼 분위기가 고조되지 않는다. 전체 경기의 96%가 관중석을 개방하지 않아 사실상 무관중 대회로 진행되는 탓에 시상식장 안에서 뜨거운 박수와 함성소리를 기대할 수 없다.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이 열린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의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선수와 취재진의 구역이 약 1m 간격으로 떨어져 있다. 선수는 ‘TOKYO 2020’이 적힌 빨간 담장 안쪽에, 취재진은 회색 철망 밖에 각각 선 채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지바=김철오 기자

하지만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은 마스크 표면에 메달을 대는, 이른바 ‘마스크 키스’ 등의 방법으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전체 1호 금메달리스트인 중국 여자 10m 공기소총 국가대표 양첸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건네받은 메달을 조국의 상징색인 빨강·노랑 바탕의 마스크에 대고 입맞춤한 뒤 두 팔로 하트를 그리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마스크를 벗을 수 없는 시상대에서 ‘메달 깨물기’ 세리머니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시작된 도쿄올림픽에서 이 지침은 아직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같은 날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58㎏급에서 세계 랭킹 1위인 한국의 장준을 꺾고 결승으로 진출해 준우승한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는 마스크를 벗고 은메달을 입으로 물었다. 3위로 완주한 장준은 같은 시상대에서 묵묵하게 마스크를 쓰고 자신의 목에 동메달을 직접 걸었다.

튀니지 태권도 국가대표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가 24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남자 58㎏급에서 준우승한 뒤 마스크를 벗고 은메달을 입으로 물고 있다. AFP연합뉴스

올림픽 경기장 안에서 낯선 풍경을 펼쳐내는 곳은 시상대만이 아니다. 인터뷰 공간인 믹스트존에선 선수와 취재진 사이에 약 1m의 간격이 생겼다. 경기를 마치고 대기실로 향하는 선수의 이동 동선을 따라 마련되는 믹스트존은 코로나19 이전의 올림픽에서 철망이나 긴 띠로만 공간이 구분됐다.

도쿄올림픽 믹스트존에선 선수를 멀찍이 두고 인터뷰가 진행된다. 선수와 취재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탓에 이전보다 큰 목소리로 질의응답이 오간다. 선수와 기자의 국적이 다르면 질문이나 답변을 되묻는 일도 종종 목격된다. 선수와 취재진 사이를 떨어뜨린 1m 간격의 공간에는 진행요원이 있다. 이들은 믹스트존의 이동 동선을 안내하면서 취재진의 녹음기나 무선 마이크를 선수 앞 탁자에 올려놓는 역할도 맡는다.

지바=김철오 기자, 도쿄=이동환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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