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펼치면 바다가 눈앞에… 시원한 여름 그림책들

책을 펼치면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물 속에서 헤엄치는 순간의 즐거움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그림책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보자.


빛이 사라지기 전에(박혜미·오후의소묘)
바다의 하얀 포말과 서핑 보드를 든 청년, 그리고 시적인 제목. 박혜미 작가의 그림책 ‘빛이 사라지기 전에’는 표지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어 “가로로 긴 판형의 책을 펼치는 순간, 활짝 열린 두 팔 사이로 빛이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뛰어든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시원한 바다 그림으로 채워졌다. 밝고 청량한 수채화의 바다다. 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청년이 서핑을 한다. 그러나 서핑은 조연이다. 섬세하면서도 아름답게 변주되는 바다, 푸른 물빛과 하얀 햇빛이 동화적으로 일렁이는 바다가 이 책의 주연이다.


파도타기(장선환·딸기책방)
강화도에 있는 딸기책방에서 만든 장선환 작가의 그림책 ‘파도타기’는 파도를 타는 순간을 통쾌하고 역동적으로 그려냈다. 깊고 시퍼렇게 색칠된 바다는 모험의 공간이다. 파도는 사납게 일렁이고, 포말이 사방으로 마구 튄다.
그 앞에서 구릿빛 건장한 서퍼가 홀로 파도를 기다린다. 산처럼 솟구친 파도가 다가오고, 그 꼭대기에서 두 발로 선 서퍼가 시원하게 파도를 미끄러져 내린다.
파도와 서퍼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서 무더위에 지지않겠다는 마음을 얻게 된다. 또 파도타기가 보여주는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기다리고 실패하고 또 기다리는 우리 인생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물속에서(박희진·길벗어린이)
만사가 귀찮은 할머니가 손녀의 성화에 못 이겨 함께 수영장에 갔다가 물에 들어간 순간,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물에 들어오니, 가볍네!… 날 수도 있네!… 물 속에 세상이 하나 더 있네!”
할머니와 수영이라는 조합이 이색적이다. 물 속에서 느끼는 자유와 행복을 할머니를 통해 매우 익살스럽고 영리하게 표현했다. 박희진 작가의 첫 그림책이라는데 능숙한 이야기 솜씨를 보여준다.
할머니가 헤엄치며 지나간 물의 흔적을 8쪽의 이어진 그림으로 길게 그려낸 부분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할머니가 지나간 물길이 마치 꿈을 꾸는 듯 아름답게 확장되며 환상적인 장면이 나타난다.


휴가(이명애·모래알)
세계 최대 어린이책 전시회인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에서 두 차례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이명애 작가의 신작. 여름휴가에서 우리가 만나는 장면들을 멋진 그림으로 보여준다. 기차역, 인파 가득한 바닷가, 녹음이 우거진 계곡, 한낮의 구름과 저녁의 노을….
한 여성의 휴가가 시작되고 끝나는 과정을 그렸다. 휴가를 기다리며 달력에 가위표를 하나씩 더해가고, 마침내 휴가지에 도착해 수영을 하고 숲을 거니는 동안 창백하게 푸르던 피부는 점차 잘 구워진 빵처럼 따뜻하고 노란 에너지를 되찾는다. 그리고 휴가의 추억이 사라질 때쯤 다시 또 휴가를 기다린다.
휴가라는 것이 우리 인생에서 어떤 의미인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검은 색 패딩 점퍼 이미지가 미스터리하게 사용된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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