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日 올림픽외교 성적표…정상급 15개국, 힘실어준 G7도 외면

美가 ‘퍼스트레이디’로 체면치레
“반발 못막은 부족한 정치력” 지적
‘스포츠외교’ 베이징올림픽으로


도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정상급 인사가 15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올림픽을 계기로 한 일본의 ‘스포츠 외교’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코로나19 유행이 절대적인 이유로 꼽히지만 일본 내부적으로 올림픽 개최 반대 여론을 무마하지 못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의 부족한 정치력이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것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23일 개막식 전후로 스가 총리는 정상급 인사들과 잇달아 회담을 개최했다. 폴란드 스위스 아르메니아 코소보의 대통령, 몽골 몬테네그로의 총리, 투르크메니스탄의 부총리 등이 일본을 방문했고, 주요국으로는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미국의 질 바이든 여사가 전부였다.

일본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백신 공동구매 국제 프로젝트인 ‘코벡스 퍼실리티’에 자금을 추가 지원하고 자국민용으로 확보한 백신 일부를 타국에 공급하는 등 이른바 ‘백신 외교’를 활용해 G7으로부터 ‘도쿄올림픽 개최 지지’를 얻었지만, G7 중 프랑스만 유일하게 올림픽을 찾았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4일 도쿄 소재 모토아카사카 영빈관에서 회담 전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각국 정상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올림픽이란 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이 나온다. 올림픽 유치의 주역인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마저 올림픽 반대 여론의 눈치를 봐 개막식에 불참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25일 “일본 내부의 반발도 무마하지 못한 스가 정부의 부족한 정치력이 세계 각국 정상들의 불참 결정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미국이 퍼스트레이디인 바이든 여사를 보내며 일본의 체면을 세워줬고, 스가 총리는 미 NBC와 인터뷰에서 “일본에 있어 진정한 동맹국은 미국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 복원이라는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G7 정상회의에는 참석했던 것을 비춰보면 도쿄올림픽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란 해석도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참석 인사의 급을 낮췄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정상회담을 하려 했지만 과거사 문제 해법만을 일관되게 요구한 일본의 고압적 태도와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막말을 계기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4일 일본 도쿄국제전시장에 마련된 도쿄올림픽 미디어프레스센터(MPC)를 방문해 기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도 당초 부총리급 인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장관급으로 낮춰 중국국가체육총국 거우중원 국장을 파견했다. 일본이 방위백서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는 등 중국과 연일 각을 세운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시진핑 국가주석, 2016년 리우데자이네루 올림픽에 류옌동 부총리, 2018년 평창 올림픽에 한정 부총리를 각각 참석시켰다.

도쿄올림픽에서의 ‘스포츠 외교’가 사실상 마무리된 가운데 대형 스포츠 행사를 계기로 한 국제사회의 외교전은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를 이유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한 북한이 우방인 중국의 올림픽에는 참석할 것인지, 중국 인권을 문제 삼는 미국이 보이콧 할 것인지 여부 등이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문재인정부도 임기 내 마지막 스포츠 행사인 베이징올림픽을 활용해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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