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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택대로”…전신유니폼 택한 독일 여자체조팀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 파울라 쉬퍼 인스타그램

지난 25일 도쿄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예선전에 눈에 확 띄게 다른 복장의 팀이 등장했다. 원피스 수영복에 소매만 덧대어진 형태인 레오타드 유니폼이 아닌 하반신까지 덮이는 유니타드(unitard)를 입은 독일 대표팀이었다.

독일 대표팀이 남다른 유니폼을 선택한 데는 여자 체조선수를 향한 성차별을 퇴치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반신이 그대로 드러나 노출이 심한 레오타드 유니폼이 체조선수를 ‘성적 대상’으로 보이는 데 일조한다고 보고 이에 맞선 것이다.

국제체조연맹(FIG) 규정에 따르면 여자 체조선수가 몸 전체를 가리는 유니타드를 입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체조계에서는 레오타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관행이 계속돼 왔다. 남자 체조선수들이 헐렁한 긴바지나 반바지를 착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림픽에 출전한 독일팀 선수들은 지난 23일 열린 연습경기에서도 새 유니폼을 착용했다. 독일팀의 엘리자베스 자이츠는 연습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입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그러면서 “(새 유니폼 착용이) 우리가 기존 유니폼을 더는 입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떤 유니폼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바뀔 것이며, 경기 당일 무엇을 입을지는 그날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드시 온 몸을 가리는 유니타드만 입겠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게 보여져야 한다’는 것에서 벗어나 복장의 주체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독일팀의 사라 보시는 “기계체조는 18살 미만의 어린 선수들이 대다수다. 생리를 시작하고 사춘기가 되면 노출이 심한 레오타드를 입는 게 불편하다”며 “어린 선수들이 우리를 보고 유니타드를 입을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BBC는 “사라 보스, 폴라인 섀퍼베츠, 엘리자베트 자이츠, 킴 부이 등이 발목까지 이어지는 의상을 입었다”고 보도하며 “스포츠의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이어온 셈”이라고 전했다.

체조, 수영, 비치발리볼, 육상 등 노출 많은 경기복을 입는 여성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성적 대상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줄곧 있어왔다. 미국에선 2018년 전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30여년간 체조선수 156명을 성추행·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7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노출이 많은 경기복 탓에 불법촬영의 타깃이 됐던 것도 흔한 일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전 일본 국가대표 다나카 리에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내가) 주간지 섹시녀가 되어 있었다”며 불쾌했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18일 유럽핸드볼연맹은 노르웨이팀의 유니폼이 복장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선수당 150유로씩 1500유로(한화 약 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노르웨이 대표팀 선수들이 “불필요하게 성적인 느낌을 주고, 무엇보다 불편하다”며 규정이 정한 비키니 팬티 대신 반바지를 입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대표팀은 사전에 반바지를 입어도 되는지 문의했지만, 연맹은 허가하지 않았고 대표팀은 반바지 착용을 강행했다. 노르웨이 핸드볼협회는 “선수들은 편한 유니폼을 입을 수 있어야 한다”며 벌금을 대신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HF 남성 유니폼 규정은 탱크톱과 무릎 위 10㎝까지 오는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다.

누리꾼들은 “복장으로 벌금을 부과했던 유럽핸드볼연맹도 이런 사례를 보고 변화했으면 좋겠다” “올림픽에서 저런 도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좋은 영향이다. 응원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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