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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꽃다발·식사 안전하다”는 일본…사실일까 [국민적관심사]

꽃다발, 우려 적어…식사는 조심해야
10년 전 일이라지만 반감기 길어
제염 작업, 한계 많고…기준치는 안전치 X

김제덕, 김우진, 오진혁이 26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양궁단체전 시상식에서 은메달, 동메달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도쿄= 김지훈 기자

2020 도쿄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주는 후쿠시마산 꽃다발에 대한 한국 측의 방사능 오염 우려에 일본이 발끈했다. 과학적이지 않은 의혹 제기로 불안감만 키우고 후쿠시마 주민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26일 “한국 언론이 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승리 화환에 대해 ‘방사능에 오염됐을 우려가 있다’고 트집 잡았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특별한 정성으로 만든 꽃다발을 모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일본) 정부와 일본올림픽위원회는 이 문제에 의연히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단을 지원하는 대한체육회의 급식지원센터가 20일 선수들에게 전달한 점심 도시락. 연합뉴스

이들은 한국 대표팀이 선수촌 제공 식사 대신 자체 도시락을 준비한 것도 문제 삼았다. 우치보리 마사오 후쿠시마현 지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언론의 관련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일본대지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 사이 후쿠시마현의 농업자, 생산자, 그리고 관계자 여러분이 노력, 노력, 노력을 거듭해 왔다”고 강조했다. 우치보리 지사는 농지 제염, 철저한 검사와 모니터링 등으로 후쿠시마 지역 농산물의 오염 물질이 지난 수년간 기준치 이내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처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0년 전 일이고 ▲제염 작업을 거쳤으며 ▲오염 물질도 기준치 이내이니, 꽃다발과 도시락에 대한 우려 제기는 지나친 것일까? [국민적 관심사]가 알아봤다.

꽃다발, 오염 물질 있을 수 있지만 위험 적어…문제는 식사

결론부터 말하면 꽃다발엔 방사능 오염 물질이 있을 수 있지만, 건강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니다. 몸 밖의 방사능 물질에 피폭되는 ‘외부 피폭’인 데다 그 양도 적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식재료에 존재하는 오염 물질의 경우 몸 안으로 들어오는 ‘내부 피폭’ 우려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는 27일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공기 중의 C-14(방사성 탄소)를 흡수하거나 뿌리로 물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물에 잘 녹는 세슘, 삼중수소 등을 함께 흡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자로 연구 및 설계·개발 경험이 있는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오염 물질은) 계속 돌아다니기 때문에 (재배 지역이) 피해지역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런데 후쿠시마면 가깝다”고 우려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쓰이는 꽃다발엔 후쿠시마산 꽃도라지, 미야기산 해바라기, 이와테산 용담화 등이 쓰인다. 미야기는 원전 사고지점인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약 100㎞, 이와테는 약 250㎞ 떨어져 있다.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의 2021년 2월 14일 전경. 10년 전 대지진으로 원자로 3기가 녹아버렸다. AP/뉴시스

이렇듯 꽃다발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이 검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꽃다발로 인한 피폭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김익중 전 동국대 의대 교수는 “오염 물질이 있지 않을까 우려할 순 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다”라며 “꽃은 먹는 게 아닌 데다 계속 들고 있지 않고 며칠 두다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피폭량이 적고 ‘외부피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사를 통한 내부 피폭은 주의해야 한다. 김 전 교수는 “방사능 물질 중 스트론튬은 한 번 몸에 들어오면 거의 안 나간다. 한국 식재료로 선수들에게 공급하겠다고 한 정부 결정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했다.

반감기 길고, 제염 작업 한계 있어

전문가들은 후쿠시마산 농산물의 안전성을 강조한 일본 측 주장의 한계도 짚었다. 김 전 교수는 “방사능 물질이 약 200가지인데 그중 중간 정도의 반감기를 가진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라며 “보통 원자력계에선 방사능 오염이 300년 간다고 평가한다. 세슘의 반감기가 10번쯤 지나야 오염 물질이 많이 줄었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후쿠시마산 벌꿀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처음으로 검출되면서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제1원전 사고 현장과 가까운 나이에마치에서 생산된 벌꿀에서 기준치(㎏당 100베크렐)를 넘는 130~160베크렐 농도가 검출돼 판매하던 상품을 회수 조치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 3월 7일 오염된 폐기물이 들어 있는 검정자루들이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이타테(飯館) 마을에 쌓여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제염 작업의 한계도 존재한다. 이 대표는 “제염 작업은 토지의 표층 5㎝ 정도를 긁어내 제염 자루에 보관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토양 위로 다시 (오염 물질이) 떨어지는데, (안전하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도 “오염토 보관 봉지가 찢기거나 떠내려가 오염 물질의 누출이 있었을 수 있다”며 “실제로 누출됐다고 발표도 했지만, 정확한 누출량 등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만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안전하다고만 할 게 아니라 불안하지 않도록 실제 검사 결과와 정확한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 전 교수 역시 “(오염 물질은) 제염 작업을 하지 않은 주변 환경에서 바람을 통해 이동하거나, 증발했다가 비와 함께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며 “제염 작업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전했다.

오염 물질이 기준치 이내라 괜찮다는 주장도 개운치 않다. 서 교수는 “기준치는 건강한 성인 남성이 기준이다. 사람에 따라 기준치보다 훨씬 높아도 괜찮고, 기준치보다 낮아도 안 좋을 수 있다”며 “기준치는 참고치이지 보험은 아니다. 우리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 또한 “기준치는 의학적 근거가 없고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피폭량 기준치가 20배 높다”며 “기준치 이하니까 안전하다고 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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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진 기자 a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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