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스포츠

연예·스포츠 > 스포츠

[세상에 없던 올림픽] 우애와 헌신으로 버텨낸 일주일

여러 악조건 속 반환점 통과한 도쿄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한국(흰색), 은메달을 수확한 대만(남색), 동메달을 딴 일본(주황색) 양궁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도쿄올림픽 단체전 시상식을 마친 뒤 함께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80㎏ 초과급 경기가 열린 지난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 장외 인터뷰 공간인 믹스트존으로 조금 늦게 나온 카자흐스탄 국가대표 루슬란 자파로프(25)가 취재진 앞에 먼저 선 한국의 인교돈(29)에게 다가와 어깨를 다독였다. 이들은 방금 전까지 매트에서 승부를 펼친 경쟁자다. 인교돈은 마지막 2분간 자파로프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여 8점을 빼앗고 10대 2로 승리했다. 믹스트존은 경기장을 빠져나온 선수가 가장 먼저 지나가야 하는 공간. 패자의 복잡한 표정이 생생하게 포착되는 곳이다. 하지만 자파로프는 이곳에서 자신을 쓰러뜨린 인교돈의 손을 맞잡고 “승리하라”고 격려했다. 인교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같은 날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선 금·은메달리스트의 품격이 빛났다.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30)는 한국의 이다빈(25)에게 승리한 뒤 허리를 숙여 예를 갖췄고, 이다빈은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세웠다. 각국 최고의 선수는 올림픽 결승에서 두 명으로 압축된다. 이곳까지 도달한 선수에겐 승패와 관계없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가 부족하지 않다. 이다빈과 만디치는 희비가 엇갈린 순간에 환희와 눈물 대신 존중과 축하로 마지막 순간을 장식했다.

오진혁(40) 김우진(29) 김제덕(17)으로 구성된 한국 양궁대표팀은 지난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남자 단체전을 압도적인 기량 차이로 정복한 뒤 결승전에서 대결한 대만, 동메달을 거머쥔 일본 선수들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으로 불러 단체사진을 찍었다. 한국 대표팀 주장 오진혁이 시상대 양 옆의 대만, 일본 선수들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제안해 즉석으로 마련된 ‘셀카 세리머니’였다. 이 장면은 한국과 여러 와교적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 안에서도 큰 호응을 불러왔다.

한국의 이다빈(왼쪽)이 지난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여자 67㎏ 초과급 결승에서 자신을 꺾은 세르비아의 밀리차 만디치에게 엄지를 들어 축하하고 있다. 만디치는 허리를 숙여 결승 상대에게 존중을 표했다. 지바=김지훈 기자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제전을 넘어 206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원국의 결속을 다지는 장이다.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싸운 경쟁자도 장외에선 친구가 된다. 국가, 인종, 민족 간 갈등을 뛰어넘는 선수들의 우애는 오직 올림픽에서만 가능한 감동적 장면들을 빚어낸다. 그래서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겐 국가대표 이상의 긍지, 서로에게 경계를 두지 않는 화합의 정신을 담아 ‘올림피언’(Olympian)이라는 특별한 호칭이 붙는다. 올림피언들의 긍지와 우애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30일까지 일주일간 절반의 일정을 소화한 도쿄올림픽을 지탱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의 헌신도 도쿄올림픽을 움직이는 힘으로 빼놓을 수 없다. 도쿄올림픽은 자국민의 반발을 외면한 일본 정부와 IOC의 결정으로 개최돼 여러 악조건 속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 안에서 자원봉사자들은 해외 참가자들을 응대하며 원활한 진행을 돕는다. 전산보다 종이에 집착하는 일본식 ‘아날로그 행정’의 불편함은 자원봉사자들의 발품으로 일정 부분을 만회하고 있다. 서류에 누락된 참가자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자원봉사자들을 경기장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도쿄=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세상에 없던 올림픽]
[세상에 없던 올림픽] 코로나 이어 태풍… 끝없는 악재
[세상에 없던 올림픽] 벌써 귀국 시작 “출국도 험난”
[세상에 없던 올림픽] ‘살인더위’ 불만폭주 테니스, 뒤늦은 후속 조치
[세상에 없던 올림픽] 막사에 군용차… 너무 많은 자위대원들
[세상에 없던 올림픽] 이번엔 태풍 3개가 다가온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