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았다고 마스크 벗으면 변이 더 빨라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낸시 펠로시(오른쪽) 미국 하원의장이 28일(현지시간) 자국을 방문한 무스타파 알카디미(왼쪽) 이라크 총리를 영접하고 있다. 전날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높은 곳에서는 백신 접종자도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백신 접종만으로는 변종 확산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면역체계를 우회하는 진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모든 사람이 백신을 맞을 때까지 마스크 착용 등 별도 방역조치를 병행해야 함을 제안했다고 미국 CNN방송은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 사이먼 렐라 연구원 등은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통념과 달리 인구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한 상태에서 비약물적 개입을 완화하면 내성균 출현 확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비약물적 개입은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조치를, 내성균은 백신 등 약물에 강한 세균을 말한다. 즉 백신 접종자가 늘어난다고 다른 방역 규제를 풀면 그 틈을 타 백신에도 죽지 않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렐라 연구원은 “대부분 사람이 백신을 맞은 경우 백신 내성균이 원래 세균보다 유리하다”며 “이는 대부분이 백신을 접종하는 시기에 백신 내성균이 더 빨리 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론에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백신이 효과가 없다’가 아니라 ‘백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골자다. 연구진은 빠른 백신 접종이 내성균의 출현 가능성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백신 접종을 해나가는 동안에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방역을 유지해야 바이러스 확산과 진화를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 4명 중 한 명인 표도르 콘드라쇼프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감염될수록 백신 내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며 “그러므로 델타에 더 많이 감염될수록 우려할 이유가 더 커진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발견은 정책 입안자들이 백신 접종 노력을 축하하거나 보상하기 위해 규제를 해제하려는 유혹에 저항해야 함을 시사한다”고 해설했다.

지난 27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거나 전염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경우 백신 완전 접종자도 마스크를 다시 쓰도록 권고했다. 백신 접종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던 종전 지침을 바꾼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시 추진 중이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저항이 만만치 않다.

콘드라쇼프 연구원은 “이미 백신 접종을 하고 마스크를 쓴 사람은 이를 무의미하게 생각하지 말고 백신에 내성이 있는 변종이 돌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백신 내성균의 확산을 막음으로써 바이러스의 진화를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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