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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감독 “이동경-이동준, 최고의 선수였다”

두명의 리(LEE)에 감독도, 기자들도 엄지 척
“한국은 조직적, 그건 강점도 약점도 될 수 있어”
한국 못지 않게 축구 열기 뜨거운 멕시코

로사노 감독(가운데)의 모습. AP연합뉴스

“10번(이동경)과 11번(이동준)이 최고의 선수였다.”

31일 일본 요코하마의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멕시코의 2020 도쿄올림픽 8강전 경기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 선수’를 묻자 멕시코의 하이메 로사노(43) 감독은 지체 없이 이렇게 답했다.

로사노 감독은 멕시코 리그의 클루브 우니베르시다드 나시오날에서 160경기를 뛴 멕시코의 레전드 미드필더 출신 감독이다. 자국리그 감독을 거쳐 올림픽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해 팀을 8강까지 이끌었고, 이날 한국전에서도 멕시코의 6대 3 승리를 지휘했다.

그런 그도 두 명의 ‘리(LEE)’와 한국 축구 대표팀이 보여준 플레이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10번과 11번의 플레이는 최고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의 멕시코 기자들이 두 선수의 성이 ‘리(LEE)’라고 알려주자, 웃으며 ‘두 명의 리’라고 자신의 발언을 정정했다. 이동경은 이날 두 골을 넣었고, 이동준도 빠른 스피드로 멕시코 수비진의 파울을 자주 유도하는 등 번뜩이는 활약을 했다.

로사노 감독은 이어 이날 경기에서 맞부딪친 한국에 대해서도 칭찬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한국이 매우 강한 상대라는 걸 알고 있었다. 8강까지 오를 수 있었던 데엔 이유가 있다. 그들은 같은 조에 있던 두 팀에 완승을 거뒀다”며 “한국은 매우 강한 팀이고 빠른 팀이었다. 골 찬스도 많이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그들의 수비에 맞서서 공격을 잘했고, 경기 내내 그들을 몰아붙였다. 골을 더 넣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한국의 마지막 추격골이 들어갔음에도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는 데 대해 굉장히 기쁘다. 한국은 대단한 레벨에 있는 팀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발언도 했다. 그는 “한국은 매우 조직적인 팀”이라면서도 “그런데 조직적이란 건 강점이기도, 약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축구는 11명의 선수들이 패스를 통해 상대 골문에 골을 넣는 경기다. 그렇기 때문에 팀원들 간 조직력은 경기력의 핵심이다. 그런데 로사노 감독은 한국의 조직력에 대해 ‘약점이기도 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 이유는 이날 경기 멕시코가 보여준 플레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팀이 가진 조직적인 견고함은 한국이나 멕시코나 크게 차이가 없었지만, 이날 승부를 가른 건 선수 한 명 한 명이 순간순간 선보인 번뜩이는 플레이였다. 특히 세바스티안 코르도바(클럽 아메리카)는 날카로운 킥 능력으로 2골 1도움을 올렸고, 알렉시스 베가(과달라하라)는 왼쪽 측면에서 발재간과 드리블로 한국의 오른쪽 수비를 부쉈다. 반면 한국은 계속해서 약속된 플레이를 시도했지만, 이동경의 환상적인 두 골 외엔 멕시코를 상대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강인을 저지하는 베가(오른쪽)의 모습. 연합뉴스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베가는 이날 경기에 대해 “초반 10분 동안 두 팀은 굉장히 강렬히 맞부딪쳤다. 우리가 볼 소유권을 가져오기 힘들 정도였다”면서도 “코치들이 (한국에 대해) 대비시킨 대로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랬더니 골 기회를 잡는 어시스트나 패스를 할 수 있었다. 한국 같은 강팀을 이기며 노력의 결실을 볼 수 있어 기쁘다”고 겸손하게 평가했다.

사실 멕시코는 한국만큼이나 올림픽 축구에 진심인 팀이다. 올림픽 대표팀도 전 국민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있던 기자들은 베가에게 “소셜미디어(SNS)에서 벌써부터 메달을 딸 거란 기대 섞인 게시물들이 올라오고 있다. 축구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베가는 “우리는 축구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게 국가와 국민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잘 알고 있고, 우리가 지금까지 뭘 성취해냈는지도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자화자찬’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로사노 감독, 베가와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게 됐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자 로사노 감독이 “한국 기자냐”고 물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이런 말을 남기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당신의 팀은 (조별리그에서) 10골을 넣은 팀이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요코하마=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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