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주택공급 정책, 결국 국민에게 화살 돌린 정부

홍남기 부총리.이한결 기자

“결국 공급 부족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투기 억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공급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 발언이다. 지난해까지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해오던 정부가 공급 확대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겼음을 공식 선언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2·4 대책을 발표하고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이어오는 등 올해 들어 주택 공급 중심의 정책을 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정부의 기류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올해 입주 물량은 전국 46만 가구, 서울 8만3000가구로 과거 10년 평균 주택 입주 물량(전국 46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 수준을 유지하는 만큼 공급 부족이 있는 게 아니다”며 ‘공급 부족론’을 반박했다. 홍 부총리의 담화를 전후해 정부는 연일 시세 부양을 노린 자전거래나 부동산 탈세 적발 사실을 발표하는 등 투기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힌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장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다. 특히 홍 부총리는 올해 초 한 방송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 불안정은 수급 요인이 가장 컸다. 공급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인식”이라고 말했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고 했던 정부는 한 달 만에 ‘벼락치기’로 태릉 골프장과 정부과천청사 등 서울 인근 택지를 ‘영끌’해 8·4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시장 안정이 이뤄지지 않자 국토부 장관을 교체하고 올해 2·4 대책까지 추가로 마련했다.

아직 8·4 대책이나 2·4 대책에 따른 실질적인 주택 공급이 전무한 상황에서 돌연 공급 부족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토부는 최근 하반기(7~12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1년 전보다 33.7% 감소한 1만7569가구라고 밝혔다. 상반기(2만4000가구)보다도 입주 물량이 줄어 공급 상황은 더 악화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일 “주택가격 상승의 제1 원인은 공급 부족인데 엉뚱하게 국민의 기대심리 탓을 하는 걸 보니 정부가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다면서 공급을 계속 확대한다는 것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 56만 가구, 수도권 31만 가구, 서울 10만 가구의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부의 일관성 없는 공급에 대한 스탠스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얼마 안 남은 신뢰마저 갉아먹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원장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급 정책에서는 구체적 성과가 안 나오고, 시장 안정도 어려울 것 같으니 정부가 미리 ‘투기 심리 탓’을 하며 정책실패를 물타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기존 주택을 시장에 낼 수 있는 양도소득세 완화 등의 규제 완화도 정부가 고민해야 하는데 아직도 투기꾼 탓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남은 기간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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