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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높이뛰기 전설 이진택 “올림픽영웅 우상혁, 세계의 벽 허물어”

한국 '높이뛰기 전설' 이진택(왼쪽)과 한국 높이뛰기 신기록을 24년 만에 깬 우상혁. 국민일보 DB, 연합뉴스.

“아빠 수고했어요. 한국 신기록을 25년째 잘 지켜와서.”

‘한국 높이뛰기의 전설’ 이진택(49)은 1일 아들에게서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1997년 자신이 세운 높이뛰기 한국 신기록 2m34㎝를 후배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이 만24년 만에 깨고 새 역사를 쓴 날이었다. 이진택은 2일 국민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저도 올림픽 나가고 싶은 마음도 저절로 생겨나는 하루였다”며 “올림픽에서 감동을 주는 영웅이 나타났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한국 높이뛰기 신기록을 혼자서 7번 갈아치우며 ‘스카이 리’로 불렸던 이진택. 그는 현재 대구교대 체육교육과 교수이자 대한육상연맹 경기력향상위원장을 지내며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육상 국가대표팀을 후방지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선수단이 축소되면서 올림픽 현장 대신 국내에서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우상혁이 2m35㎝를 넘을 땐 “시원섭섭했다”며 웃었다. 이진택은 “2m35㎝는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봤는데 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아 내 기록이 드디어 깨지는구나’ 했다”며 “좋은 후배가 나온 덕에 제 기록이 더 빛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택은 우상혁이 한 수 위라며 극찬했다. 그는 “우상혁이 경기 중 웃음을 많이 지었다”며 “속으론 웃을 여력이 없었을 텐데 멘탈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며 저보다 한 수 위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상혁은 큰 대회에서도 자기기록이 떨어지는 게 없을 만큼 자기 관리의 달인”이라며 “박수 유도를 하면서 멘탈관리하는 건 스스로 단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택은 10여년 전 우상혁과 인연이 닿았다. 이진택은 당시 육상국가대표 주니어감독이었고, 우상혁은 중학교 3학년이었다. 이진택은 “경기 끝나고 지나가는데 2등한 애가 울고 있었다. 5분 정도 그걸 물끄러미 지켜봤다”며 “굉장히 인상 깊은 울음이었다. 억울해서 우는 게 아니라 안타깝고, 더 잘할 수 있는데 못했다는 진정성 있는 울음이었다. 그걸 보고 이 친구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상 국가대표 주니어 선수는 소년체전에서 종목별 1위 선수만 뽑는데, 이진택은 감독 추천으로 2위를 한 우상혁을 국가대표팀에 승선시켰다.

이진택은 우상혁을 통해 자신의 선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저도 처음에는 많이 부딪쳤다. 예선 탈락하면서도 ‘육상도 가능하다’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길고 외로운 싸움을 견딜 수 있었다. 우상혁도 분명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상혁에게는 이런 말도 건넸다고 했다. “너랑 나랑 만난 지 10년이 됐다. 시작부터 세계적 선수가 되려면 10년이 걸린다. 너는 10년간 자기 자신을 잘 이끌었고 외로운 싸움을 견뎌내서 올림픽에 출전하게 됐으니 최선을 다해라”

1일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2m 35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이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경기 종료 후 태극기를 펼치며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택은 우상혁의 올림픽 세계 4위를 계기로 한국 육상이 새로운 계기를 맞이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늘 아침 국가대표 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며 “우리 지도자들이 잘 이끌어주고 선수들이 강하게 훈련하고 자기관리를 잘 견뎌낸다면 언제든 세계의 벽은 뚫린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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