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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예선이나”…올림픽 선전에도 조롱받는 스가

코로나 확산으로 확진자는 ‘급증’·지지율은 ‘바닥’
올림픽 성공·재선 구상과 반대로 흘러가는 중

지난 30일 도쿄도 외 4개 지역에 긴급사태 확대를 발표하고 있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AP뉴시스

코로나19 대유행 속 2020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로 재선을 꿈꿨던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구상과는 달리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대회 12일 차인 현재 금메달 18개로 종합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964년 도쿄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하지만 스가 총리가 축하를 건넬 때마다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코로나19 방역이나 신경 써 달라”는 냉소만 이어지고 있다.

도쿄도 확진자 3709명…전주 대비 861명↑
NHK캡처

긴급사태 확대 등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코로나19 확산세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도쿄도 확진자 추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3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도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3709명으로 조사됐다. 누적 확진자는 22만6930명이다.

4000명을 넘던 지난주 후반 확진자 수보다는 줄어들었지만, 1주일 전 같은 요일과 비교하면 861명 늘었다는 점에서 확산세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확진자 수는 역대 3번째로 많으며, 역대 화요일 확진자 수로는 최다다.

최근 1주일 평균 신규 감염자는 약 3337명으로 지난주(약 1762명)와 비교하면 189.3%에 달한다.

“총리도 예선 탈락 마라”…조롱거리로 전락한 스가 총리 트위터

스가 총리는 올림픽 개최 후 트위터를 통해 이같은 축하 트윗만 올렸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트윗은 30일 긴급사태 확대 결정 직후, 9일 만에 올렸다.스가 총리 트위터 캡처.

결국 올림픽 개최와 동시에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이를 강행한 스가 총리를 향한 국민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스포니치 아넥스 등 일본 언론은 3일 스가 총리가 일본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낼 때마다 트위터에서 일본올림픽위원회(JOC)의 트윗을 리트윗하는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축하를 건네고 있지만, 누리꾼들의 조롱만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올림픽 개최 직전인 지난달 21일부터 일본의 확진자가 급증하던 지난주 초반까지도 스가 총리는 트위터에 코로나19와 관련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를 다시 이야기한 것은 도쿄도 확진자가 4000명에 육박하고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어서면서 뒤늦게 긴급사태 확대 결정을 내렸던 지난달 30일이었다.

지난달 31일 오후 일본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가 행인들로 붐비고 있다. 거리에 도쿄올림픽을 알리는 소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교도연합

심지어 그는 언론에도 지난달 28일 “사람 이동이 줄어 걱정 없다”고 밝힌 데 이어 다음 날에는 내각 기자단의 취재 요청을 거부하는 등 심각해지는 코로나19 상황을 애써 외면하려고 했다.

분노한 누리꾼들은 스가 총리가 일본 선수들의 메달 획득을 축하하는 트윗들에 “총리가 우선순위를 잘못 두고 있다” “한가하게 올림픽이나 보고 있냐”며 비판 답글을 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올림픽도 중요하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생사를 헤매고, 직장을 잃어 죽는 분이 많다”며 “총리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기자회견을 보니 총리가 (코로나19 관련) 기자 질문에 제대로 답변을 못하는 것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질문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총리도 정치가로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 예선에서 탈락하지 말고”라는 조롱도 많았다.

30% 벗어나지 못하는 스가 지지율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추이.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캡처

올림픽 직후 중의원 해산이 예상되는 가운데 스가 총리의 지지율 역시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3~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TV도쿄와 함께 전국 18세 이상 남녀 9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스가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34%에 불과했다. 닛케이 조사 기준으로 지난 2012년 정권교체 이후 최저치다.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17~1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444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스가 내각 지지율은 31%였다. 이뿐 아니라 교도통신, 산케이신문 등 다른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내각 지지율은 30%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달 초 자민당이 예상과 달리 과반 확보에 실패했던 도쿄도의회 선거 직후 “스가 총리 밑에서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것이 불안하다”는 의견이 당내에서 나오기도 했다.

불안한 입지·선제 입후보…실세 지지는 얻었지만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AP뉴시스

스가 총리는 당내 불안한 입지를 방증하듯 지난달 28일 자민당 총재 선거에 가장 먼저 입후보를 선언했다. 임기가 2개월 이상 남은 상황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총재가 총리가 된다. 스가 총리가 무투표 재선을 노리고 선수를 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현직 총재는 대부분 임기 만료에 가까워서 출마를 표명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015년에 총재 선거 고시일 7일 전, 2018년에는 고시 12일 전에 입후보를 선언했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기시다 후미오 전 정조회장, 스가 총리,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왼쪽부터) AP뉴시스

일단 스가 총리는 빠르게 재선을 선언하면서 당내 우군을 선점하고 있다.

교도통신과 NHK 등에 따르면 자민당 실세로 꼽히는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는 확실히 분발하고 있어 지금 바로 총재를 바꿔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현직이 재선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사실상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는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이 높은 상황이라 스가 총리의 구상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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