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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부터 막내까지 ‘원 팀’…여자배구 4강신화의 비결

박은진, 정지윤 등 누가 나와도 제 몫
4개월간 외출-외박도 없이 훈련 몰두
라바리니 세밀한 지도, 김연경 경험이 ‘원 팀’ 완성

김연경(가운데) 등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올림픽이 처음인 백업 센터 박은진(22)은 5세트 10-10 상황에서 날카로운 서브로 한국의 3연속 득점을 이끌었다. 2001년생 백업 라이트 정지윤은 3세트 23-22 상황에서 투입되자마자 강력한 공격을 성공시켰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 8강전 패배의 원흉으로 지목돼 숱한 비난에 시달렸던 레프트 박정아(28)는 승부를 결정짓는 16득점을 올리며 포효했다.

4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한국이 터키를 3대 2로 물리치고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던 건 이처럼 모든 선수들이 ‘원 팀’으로 뭉쳐 제 몫을 다 해냈기 때문이다.

8강 상대는 세계랭킹 4위의 터키였지만, 랭킹 13위 한국 선수들은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치열한 준비과정이 자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리그가 끝난 직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해 15경기나 뛰었고, 경남 하동과 진천선수촌에서 이어진 훈련을 외출·외박도 없이 견뎠다. 지난 4월 결혼식을 올린 양효진(32)은 신혼 생활도 반납했을 정도.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붙여 선수 한 명 한 명의 기량을 한 단계 올려놨다. 비디오를 닳도록 돌려보며 상대팀을 분석한 뒤 팀플레이가 유기적으로 이뤄지도록 지도했다. 수비, 블로킹, 공격까지 매 순간 ‘생각하며’ 플레이하게 했다. 박정아는 “리시브가 흔들릴 때 ‘넌 공격하러 간 거다, 리시브 못하면 득점내면 된다’고 지도한 감독님 덕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날 블로킹 6개를 올린 양효진도 “손을 다쳐 블로킹 감이 안 좋았는데 감독님이 잡아줘 도움이 됐다”고 했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오른쪽)과 김연경이 환희에 차 포옹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혹독한 훈련을 함께 견뎌낸 선수들 사이엔 믿음이 자라났다. 누가 나서든 제 몫을 해줄 거란 신뢰가 쌓여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김연경(33)은 “박은진, 정지윤 선수가 중요한 순간에 들어와도 잘 해낼 거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잠깐 들어오는 선수도 언제든 자신이 뛸 거라고 생각하며 준비하는 게 원 팀”이라며 “런던에서 함께 뛴 언니들께는 죄송하지만, 현 대표팀 팀워크가 최고”라고 했다.

‘원 팀’을 완성한 건 캡틴 김연경의 풍부한 경험이었다. 김연경은 3세트 접전 중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이 나오자 네트를 흔들며 강력히 항의했다. 레드카드를 감수하면서라도 분위기를 돌려놔야 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심판이 1세트부터 상대가 항의하면 계속 반응했다. 저희도 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중요한 순간 흐름이 끊길 것 같았다”며 “이후 선수들을 모아놓고는 (흔들리지 않도록) 심판에 대한 욕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국은 승패의 기점이었던 3세트를 가져왔다.

“(승리는) 이미 우리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단 걸 믿는다면 더 멀리 갈 수 있죠. 자신감 갖고 가능성을 열어줘 고맙다고, 선수들에게 말하고 싶네요.” 감격스런 눈빛의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을 쳐다보며 이런 말을 남겼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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