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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무게 짊어진 16년…‘배구여제’ 김연경에 쏟아진 찬사

[라스트 댄스 인 도쿄 ③]
부상·비난 감당하며 16년 간 짊어진 태극마크
김연경 덕에 인기 스포츠 된 여자배구…상대팀 선수들까지 찬사 릴레이

세자르 코치와 포옹하는 김연경(오른쪽)의 모습.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번이 국가대표로 뛰는 마지막이다.”

8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세르비아와의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김연경(33)은 은퇴를 언급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에 혜성처럼 등장했던 게 벌써 16년 전. 열악한 지원과 부족한 관심 속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대표팀에 헌신해온 ‘캡틴’은 그렇게 태극마크를 내려놨다. 눈가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었다.

동메달을 놓친 아쉬움만 담긴 눈물은 아니었다. 올림픽 직전 주전 세터와 레프트가 부적절한 논란에 휩싸여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주전 라이트 김희진은 물론 세터 염혜선도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소속팀에서 풀 시즌을 치른 뒤 휴식 없이 4달 간 격리된 채 올림픽만 바라보고 맹훈련을 이어왔다. 2020 도쿄올림픽 4강에 오른 것 자체가 오히려 기적과 같았다. 김연경의 눈물에 담긴 건 대표팀 모든 선수들이 흘려온 땀방울의 무게였다.

세르비아 블로킹 사이로 공격을 시도하는 김연경(오른쪽).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사실 16년에 달하는 김연경의 대표팀 생활 자체가 고난의 행군이었다. 고교생 시절 나선 2005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랜드챔피언스컵에서 전체 득점 3위에 오르며 단숨에 에이스로 부상한 김연경은 대표팀에 쏠린 기대감을 홀로 짊어져야 했다. 일본, 터키, 중국 리그를 거치며 내로라할 팀들의 우승을 이끌다가도 휴식기엔 국가의 부름에 응해 힘들다는 내색도 않고 선수들을 이끌었다. 양효진은 “휴식도 없이 대표팀에 소집돼 몸이 아플 때가 많았다. 그럴 때 연경 언니의 강한 멘털을 보며 의지가 많이 됐다”고 했다.

부상을 입어도, 수많은 비난을 받아도 태극마크를 향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2006년엔 오른쪽 무릎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뒤 재활도 마치지 못한 채 도하아시안게임에 나서 투혼을 보여줬지만, 노메달에 그친 뒤 엄청난 질책을 감당해야 했다. 지난해 올림픽 아시아대륙예선 결승에선 복근이 4㎝ 파열돼 거동도 힘든 상태에서 진통제를 맞고 도쿄행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그렇게 본인을 희생하며 대표팀을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6 리우올림픽 8강, 도쿄올림픽 4강 신화를 쓴 강팀으로 만들었다. 성적이 뒷받침됐기에, 열악했던 여자배구는 전 국민적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김연경은 태극마크의 의미에 대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다. 저에겐 자부심이고, 영광스러운 자리였다”고 했다.

경기 후 티야나 보스코비치에 축하를 건네며 주장의 품격을 보여준 김연경(왼쪽)의 모습.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도쿄에서도 ‘라스트댄스’를 마친 레전드에 대한 찬사는 계속됐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이 얼마나 대단하고 강한 선수인지 알게 됐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고 평했다. 양효진도 “언니는 계속 롤 모델로 남을 선수고, 리더의 표본과 같다”고 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의 레전드 베타니아 데 라 크루즈는 “김연경이 엄청난 선수라는 건 누구든 알 것”이라 말했고, 브라질의 전설 나탈리아 페레이라는 “김연경의 엄청난 팬이다. 그녀가 한 번 더 올림픽에서 뛰는 걸 본다면 기쁠 것”이라 했다.

김연경을 ‘10억분의 1의 스타’라고 표현했던 FIVB는 이날 경기 후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스코비치에 축하의 포옹을 건내 주장의 품격을 보여준 김연경의 사진을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시하며 “2020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상징적인 포옹을 보여준 두 레전드”란 평가를 남겼다.

도쿄=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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