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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채찍질, 동물학대?…근대5종 승마 후폭풍

도쿄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에 출전했던 독일의 아니카 슐로이(31)가 배정받은 말 '세인트보이'를 통제하는데 어려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도쿄올림픽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승마 경기에서 일어난 ‘말 안 듣는 말’ 사건의 후폭풍이 거세다. 장애물 넘기를 거부한 말을 주먹으로 때린 독일 근대5종팀 감독과 선수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에 독일승마선수협회는 8일 선수에 대한 악플과 공격 자제를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제 근대5종연맹(UIPM)은 말을 무작위로 배정하는 현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물 학대 논란에 악성 댓글 테러까지

논란의 사건은 지난 6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근대5종 여자 개인전 승마 경기에서 일어났다. 독일 대표 선수 아니카 슐로이(31)는 배정받은 말 ‘세인트 보이’가 장애물 넘기를 거부하자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슐로이는 채찍과 고삐를 사용해 말을 통제하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자 독일 근대5종팀 감독인 킴 라이스너가 달려와 “말을 채찍질하라”고 외쳤다. 라이스너는 말의 엉덩이 쪽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기도 했다. 이 모습은 중계 장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펜싱, 수영, 승마, 육상과 사격 등 5종을 모두 치른 성적으로 순위를 가리는 이 종목에서 슐로이는 펜싱과 수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슐로이는 승마에서 0점 처리 당했고, 결국 최종 순위 4위로 올림픽을 마감했다.

경기 직후 슐로이와 라이스너 코치는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채찍질을 촉구한 라이스너는 UIPM으로부터 도쿄올림픽 기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다만 직접적인 원인은 동물 학대가 아니라 기수를 제외한 누구도 말과 신체적으로 접촉해선 안 된다는 경기 규정을 어겼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투아니아의 라우라 아사다우스카이테가 6일 일본 도쿄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근대5종 경기 레이저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라우라 아사다우스카이테는 펜싱, 수영, 승마, 육상, 사격 등 5개 종목에서 1370점을 달성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합뉴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비난은 계속됐고, 슐로이는 결국 8일 자신의 SNS 계정을 폐쇄했다. 그는 독일 통신사 DPA를 통해 “경기가 끝난 뒤 수십 개의 악성 댓글과 메시지를 받았다. 동물을 위한다는 이유로 나와 가족들에게 행해진 (비난) 방식은 너무나 가혹하다”고 호소했다.

독일승마선수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슐로이를 향한 반감과 증오는 용납될 수 없다”며 “악플은 비난받아야 마땅할 행동”이라고 밝혔다.

라이스너 코치도 독일 현지 매체를 통해 “내가 채찍질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슐로이는 어떤 식으로든 말을 괴롭히지 않았다. 폭언도 없었다”며 슐로이를 옹호했다.

“말 무작위 배정, 불공정에 말 학대 소지 있어”

이런 일이 벌어진 건 근대5종만의 규칙 때문이다. 근대5종은 선수가 기존에 타던 말이 아니라 주최 측에서 준비한 말을 무작위로 배정받아 승마 종목에 참가한다. 전쟁에서 유래한 근대5종은 전쟁 중 적의 말을 빼앗는다는 취지에서 승마에서 말을 무작위로 뽑게 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말이 배정된 뒤 선수가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20분 정도다. 장애물 넘기 연습은 5개까지만 허용된다. 라이스너는 이런 규정을 두고 “불공평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말의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경기 기간에 같은 말을 여러 선수가 돌려 타는 경우도 생긴다. 말이 쉽게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란 얘기다. 말이 제대로 교감이 되지 않은 선수와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말에게 가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독일 올림픽위원회의 알폰스 회어만 위원장은 UIPM의 라이스너에 대한 징계를 받아들이면서도 경기 방식 변경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회어만 위원장은 “규칙을 기수와 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며 “동물의 안전과 선수 사이의 공정한 경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승마연맹(GEF)도 성명서를 통해 “승마에서 말은 기수와 함께하는 파트너다. 도구가 아니다”라며 “선수와 말 모두 규정에 따라 보호돼야 한다”며 근대5종 승마 종목 규칙에 대한 재검토를 촉구했다.

UIPM은 이번 일을 계기로 올림픽 여자 근대5종 승마 종목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시행할 예정이다. UIPM은 “올림픽뿐만 아니라 국제 경기 전반에 걸쳐 말 복지와 선수 안전의 중요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점프 거부에 0점…선수는 울고, 코치는 말에 주먹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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