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날려” vs “경제 이바지” 이재용 가석방에 대권주자들 반응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기념 가석방 대상에 포함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가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이 나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설명했다.

이번 결정을 두고 대권 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여권에선 이재명·정세균 후보가 법무부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박용진·김두관 의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야권 대선 주자들은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9일 오후 구두논평을 내고 “법무부 결정을 존중한다.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경기지사 측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이 지사 측은 “재벌이라는 이유로 특혜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의 평소 생각”이라면서 “국정농단 공모 혐의에 대해 사면 아닌 조건부 석방인 만큼 이재용씨가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논란에 대해 “내가 보탤 말은 없다” “대통령 말씀의 행간을 읽어보면 방향은 읽히는 것 같다”는 등으로 말을 아껴왔다.

반면 ‘국민 동의’를 전제로 찬성해 온 정세균 전 총리는 “이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 부회장은 정부와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며 지난 과오를 깊이 반성하고 구시대적 경영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혁신경제 창달에 이바지하는 것이 국민께 속죄하는 길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김두관 의원과 박용진 의원은 강도 높게 법무부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보수언론의 농간과 대권 후보들의 암묵적 동의 속에 법무부가 이재용 가석방을 결정했다. 정말 한심한 일”이라며 “민주당이 촛불국민을 배신하고 기득권 카르텔과 손을 잡는 신호탄”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낙연 후보는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까지 거론하며 오래전에 재벌 기득권에 포섭됐다고 봤기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억강부약과 공정 세상을 정치철학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후보가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용진 의원은 “반대에 대한 뜻은 누차 밝혔다”며 “재벌총수에 대한 0.1% 특혜 가석방은 공정한 일이 아니다”고 했다. 추미애 전 장관도 “깃털같이 가벼운 형을 선고한 것도 감당하지 못할까봐 솜털같이 가볍게 공정을 날려버렸다. 이재용의 가석방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국정농단 세력의 꿀단지가 된 정경유착 공범에 대한 2년6개월의 실형도 무겁다고 법무부가 조기 가석방의 시혜를 베풀었다. 곱빼기 사법 특혜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정농단 세력을 징치한 것은 촛불국민”이라면서 “국정농단 세력과 불법적으로 유착한 대형 경제사범을 가석방하기 적절한지는 촛불의 정의로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은 대부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의원이 가장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의 석방을 환영한다”고 한 홍 의원은 “앞으로 전개될 반도체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주길 바란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형집행정지도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삼성은 혁신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다해주기 바란다”면서도 “향후에는 우리 사회에 정경유착과 이로 인한 권력형 비리가 완전히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 부회장 가석방은 국민이 고뇌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경제 살리기에 결초보은(죽은 뒤에라도 은혜를 잊지 않고 갚음), 분골쇄신(뼈를 가루로 만들고 몸을 부순다는 뜻으로 정성으로 노력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해 결정된 것인 만큼 이 부회장과 삼성은 국가경제에 대한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캠프 대변인실을 통해 “오늘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은 정해진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고, 그 결정을 존중한다”는 짧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윤 전 총장은 2016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파견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다.

정의당과 열린민주당에서는 반발했다. 특히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촛불로 태어난 정부가 국정농단을 가석방했다. 대한민국의 법치가 또 한 번 시장 권력 앞에 무너졌다”며 “촛불 배신이자 자기부정이 아닐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무부는 다른 재판이 진행 중일 경우 가석방 대상을 삼지 않는 업무지침도 어기고, 가석방 기준까지 특별완화해가며 국정농단의 주역을 풀어줬다”고 한 심 의원은 “삼성이 지나가면 있던 법도 사라지고, 없던 법도 생겨나는 삼성공화국의 위세는 어째서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인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열린민주당도 정윤희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며 “이재용 가석방 결정은 언론과 정치권의 협잡이 만들어낸 사법 불공정의 전형이다. 도대체 왜 재벌의 범죄와 처벌 앞에서는 언론의 사명도, 사법 정의도 무너져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범죄를 확인하고도 마땅한 형벌을 피한 채 국가경제 차원에서 봉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논리는 어떤 공정과 정의를 위한 것인가”라며 “특권과 반칙이 공정과 정의보다 우선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는 지난 9일 오후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허가했다. 그는 광복절을 맞아 오는 13일 풀려난다.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이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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