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중재법 후퇴했지만…‘언론 재갈’ 우려 여전

與 “징벌적 손해, 공적 인물 제외”
野 “분칠만 한, 엉터리 속임수” 비판
전문가들 독소조항 여전 지적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장이 텅빈 모습. 개의 예정이었던 이날 전체회의는 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발에 결국 취소됐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재갈 물리기법’ 이라는 평가를 받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한발 물러섰다.

여권이 언론단체와 시민사회의 반발에 완화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은 여전하다는 비판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계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우려 중 합리적이라 인정할 수 있는 사안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언론계와 시민단체, 야당의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해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공적 인물을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또 입증 책임 문제를 빚었던 부분에 대해서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고의·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또 ‘낙인효과’로 언론 신뢰도 하락이 우려되는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국민의힘 문회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이달곤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선된 부분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손해액 산정 기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권자를 ‘공적 인물’로 제한했지만, 공직자나 기업인의 가족 등이 우회적으로 제도를 악용함으로써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남아 있다.

또 수정안에서도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골격과 언론사 상대 손해배상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언론사의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조항은 남겨 놓았다. 이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자체와 손해액과 무관한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는 산정기준 등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의·중과실 추정의 원칙을 놓고도 불씨가 남아있다. 그동안 법안에 입증 책임의 주체가 명시되지 않아 분쟁시 언론사가 입증의 주체가 되고, 이로 인해 ‘감시의 기능’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민주당은 ‘입증 책임’이라는 표현을 법안에 명기함으로 모호함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허위’ ‘조작’ ‘악의’ ‘고의’ 등 여전히 사안마다 달리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어 혼란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야당은 여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분칠만 한, 엉터리 속임수 같은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미국처럼 민법과 형법에 모욕죄가 없는 나라에서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이를 도입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성립이 안 되는 것”이라며 “원칙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여당과 대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체위 소속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여당이 언론재갈법을 만들려다 자기모순에 빠졌다”며 “수정 제안에도 비례원칙에 맞지 않는 피해산정 기준, 언론인 개인에 대한 구상권 청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위헌적 조항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야가 토론했던 대로 국민들이 언론중재위원회를 이용하기 편리하게 하는 정도의 개정에 그치고, 징벌 목적 조항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토대로 이달 중 언론중재법을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가현 정현수 이상헌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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