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의 역설…비자발적 이사 늘고, ‘내 집 마련’ 더 절실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연구보고서 분석


지난해 임대차법 개정 이후에도 임대료나 계약 만기 등으로 원치 않은 ‘비자발적’ 이사가 과거보다 증가한 것으로 정부 공식 조사에서 확인됐다. 임대차법 개정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 개선됐다고 주장했던 정부·여당의 자화자찬과 사뭇 다른 결과다.

15일 국민일보가 국토교통부의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현재 주택으로 이사한 이유’에 대해 계약 만기나 임대료 부담, 집주인의 퇴거 요구 등 비자발적 이동을 꼽는 응답이 31%로, 29%였던 1년 전보다 2% 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는 전국 표본 5만1000가구에 대해 7월부터 12월까지 조사가 이뤄졌다. 7월 말 시행된 개정 임대차법 영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임대차법 개정에 대한 정부·여당 주장과 실태의 괴리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우선 ‘현재 주택 거주기간이 2년 이내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37.2%로 1년 전(36.4%)보다 증가했다. 잦은 주거 이동을 보여주는 이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35.9%에서 36.4%(2018·2019년)로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난해 더욱 가파르게 올랐다. 지난해 이 비율은 2010년 이후 가장 크게 오른 수치다.

계약 만기나 집주인이 나가라고 해서 현재 주택으로 이사 왔다는 응답도 지난해 각각 17.7%, 3.0%로 15.6%, 2.5%에 그쳤던 2019년보다 늘었다. 임대차법 개정 이후 본인이나 직계 가족의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내는 집주인이 늘어난 영향으로 해석된다.

전체 임차 가구의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은 16.6%(중위수 기준)로 1년 전보다 0.5% 포인트 올랐다. 2017년 17.0%에서 2018년 15.5%로 낮아졌다가 2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임차인의 시름을 더하고 있다.


주거 불안 심화로 자가 보유 필요성을 느끼는 주택보유의식도 높아졌다. ‘내 집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은 87.7%로 이 문항이 들어가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보유의식은 2014년만 해도 79.1%였지만 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2017년 82.8%, 2019년 84.1%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전세가구로 국한했을 경우에도 주택보유의식은 2014년 64.0%에 그쳤지만, 지난해 82.0%까지 치솟았다. 임대차법에 따라 전셋값이 치솟자 이럴 바에 아예 집을 사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는 전세 거주자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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