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아프간발 난민 비상…“파키스탄 등 이웃국가 지원”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이후 난민 위기가 재연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프간 곳곳을 장악한 탈레반이 과거와 같은 억압적인 통치를 이어갈 것을 우려한 아프간인 수십만명이 이미 피난길에 오른 가운데 수도 카불까지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면서 국경을 넘는 사람이 더욱 늘 것으로 전망된다.

16일(현지시간)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에 따르면 이미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전에 수십만명의 아프간인이 역내나 인근 국가로 피난했다. 난민 행렬의 기세는 EU 국경 외부에서 지금까지 꺾이지 않은 상황이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EU 국경 밖 인근 국가에서 올해 수용된 아프간 불법 이주자는 4000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북쪽으로 넓게 아프간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으로 이미 유혈사태를 피해 국경을 넘은 아프간 난민이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키스탄은 앞으로 더 많은 난민이 몰려올 것을 걱정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동쪽 국경을 통해 넘어오는 아프간인들을 위한 임시수용소를 마련했지만 아프간 상황이 안정되면 이들이 되돌아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중동과 아시아에서 유럽을 향하는 길목에서 시리아 난민 수백만명을 수용한 터키도 아프간 난민 유입을 걱정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U 내 주요국은 이미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8일 각료회의를 열고, 아프간 난민의 피난 행렬의 전개 양상을 논의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파키스탄을 비롯해 이웃 국가를 지원할 계획”이라며 “유엔난민기구(UNHCR)와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18일에는 EU 내무장관회의와 외무장관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고, 양국이 긴밀하게 협의해 아프간 구조작전과 추후 대응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반난민 강경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전날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도 망명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인을 강제로 추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카를 네함머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은 APA통신에 “보호가 필요한 이들은 원래 출신국 인근에서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EU에 시리아 내전이 발발했던 2015년과 같이 132만여명이 난민 신청을 하는 위기가 재연된다면 EU의 결속력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당시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로부터 망명 신청자는 전년의 4배 수준이었다.

EU 27개 회원국은 아직 공동 난민보호정책이나 난민의 공정한 분산에 대해 합의하지 못했다. 마르가리티스 쉬나스 EU집행위 부위원장은 이탈리아 신문 라스탐파에 “아프간의 위기는 유럽이 새로운 이주 협약에 합의할 시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EU는 탈레반에 ‘개발자금지원 중단’과 ‘국제사회의 인정’을 카드로 내걸고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만 궁색해 보인다고 SZ는 꼬집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런 개발지원자금 중단이나 국제사회의 인정에 크게 개의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SZ는 지적했다.

EU는 2002년 이후 아프간 개발지원자금으로 40억 유로(약 5조5000억원)를 지원했다. 단일국가 지원 규모 기준 역대 최대다. EU는 지난해 11월 2024년까지 아프가니스탄 개발을 위해 12억 유로(약 1조6500억원)를 추가 지원키로 한 바 있다.

호세프 보렐 EU집행위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런 지원을 명백한 조건과 연계했다. 아프간 내 평화적 통합과 여성과 소수자의 기본권 보장 등이 조건에 해당한다. 그는 “여성과 소녀들을 위한 교육 기회 제공 등 지난 20년간 이뤄진 의미 있는 진전이 유지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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