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기훈 “개인기였던 성악이 최고의 직업 됐어요”

9월 4일 예술의전당서 카디프 콩쿠르 우승 기념 독창회

지난 6월 BBC 카디프 콩쿠르 아리아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김기훈이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지난 6월 국제적 권위의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카디프 콩쿠르) 아리아 부문 예선에서 심사위원인 세계적 성악가 로베르타 알렉산더와 닐 데이비스가 한 참가자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렸다. 이 참가자는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를 부른 한국 바리톤 김기훈(30).

BBC 방송의 생중계 덕분에 콩쿠르 예선부터 주목을 모은 김기훈은 결국 결선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인 성악가가 가곡 부문에서 우승한 적은 있지만, 대회의 주요 분야인 아리아 부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김기훈이 처음이다. 김기훈은 카디프 콩쿠르 우승을 기념해 다음 달 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창회를 한다.

김기훈은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성악을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최고 바리톤이 되는)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와 브린 터펠이 겨루는 카디프 콩쿠르 결선을 보며 언젠가 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마지막 콩쿠르로 생각하고 나간 카디프 콩쿠르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연세대 음대를 거쳐 독일 하노버음대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곳 최고연주자과정에 있다. 2016년부터 3년간 하노버 슈타츠오퍼에서 전속 솔리스트로 활동했으며 2019-20시즌부터는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김기훈은 2019년 메이저 콩쿠르인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플라시도 도밍고 주최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서 잇따라 2위를 차지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 직후 마린스키 극장 관계자들이 콩쿠르 측에 항의하고 오페랄리아 콩쿠르에선 청중상을 그에게 안길 정도로 아쉬운 2위였다.

“솔직히 두 대회 모두 우승을 노렸다가 2등에 머물러서 속상했습니다. 2등 이미지로 굳어질까 봐 걱정됐는데, 카디프 콩쿠르 우승으로 잘 마무리한 것 같아요. 앞으로는 세계적인 오페라하우스 무대를 모두 섭렵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소프라노 하면 조수미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바리톤 하면 김기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바리톤 김기훈이 17일 서울 강남구 마리아칼라스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 앞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카디프 콩쿠르 우승 이후 그에게는 주요 오페라하우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오페랄리아 콩쿠르 이후 출연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된 아쉬움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다. 내년엔 독일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라 보엠’, 미국 샌디에이고 오페라에선 ‘코지 판 투테’의 주역을 맡았다. 영국 로열 오페라와 미국 워싱턴 오페라 무대에도 오를 계획이다.

성악계 스타를 예약한 그가 성악 공부를 시작한 것은 다른 전공자보다 한참 늦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남 곡성에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는 밴드 활동을 했지만 성악을 진로로 생각한 적은 없었다. 교회 성가대 세미나에서 만난 한 교수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부모를 설득해 성악을 공부하게 했다. 성악을 시작한 지 3~4개월 만에 전국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당시 성악 발성은 제 개인기였어요. 성악을 공부하진 않았지만 TV ‘열린 음악회’를 보며 성악가들을 흉내 낼 수 있었거든요. 부모님은 제 재능을 칭찬하는 선생님을 사기꾼으로 생각할 정도로 처음엔 반대하셨죠. 전문가에게 테스트를 받아서 훌륭한 성악가가 되겠다고 판단되면 성악을 계속하기로 했는데, 그 선생님도 극찬을 해주셔서 계속 공부하게 됐습니다. 이분들 덕분에 성악가로서 너무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에게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 재학 중 입대한 그는 군악대로 차출돼 튜바를 불었다. 정확히 말하면, 튜바를 개량해 주로 행진곡 등에서 사용하는 수자폰을 온종일 불었다. 전역할 때쯤 성대 결절이 찾아와 복학 이후 한동안 방황했다. 그는 “격투기를 좋아하는데, 슬럼프를 겪을 때 복싱체육관 관장님이 프로 복싱 선수를 권유해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며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니 목의 상태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군 면제가 되는 메이저 콩쿠르 3개에서 우승 또는 준우승했지만 일찌감치 군대를 다녀와 조금 아쉽다”며 “하지만 군대에서 배운 게 적지 않다. 제대 이후 조급함도 없어진 것 같다. 가능하다면 3개의 군 면제권을 BTS 멤버들에게 주고 싶다”며 농담을 던졌다.

이번 독창회는 그가 국내에서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첫 리사이틀이다. 카디프 콩쿠르에서 부른 아리아들을 비롯해 그가 사랑하는 다양한 오페라 아리아들을 들을 수 있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스타 성악가인 소프라노 서선영과 테너 강요셉이 게스트로 출연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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