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카 안입어 총살” 짓밟힌 탈레반 ‘여성존중’ 약속

18일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에서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진 여성의 모습. 폭스뉴스 캡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고 선언한 지 하루 만에 부르카(여성의 몸 전체를 가리는 이슬람 복장)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공공장소에서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일이 벌어졌다.

미국 폭스뉴스는 1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타하르 지역에서 한 여성이 무장 세력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18일 보도했다. 언론에는 타하르 지역 거리에 남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성이 피범벅이 된 채 바닥에 쓰러져 있고 부모로 보이는 사람 등이 이 여성을 끌어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사진이 함께 실렸다. 폭스뉴스는 이 여성이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했다가 탈레반 대원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설명했다.

부르카를 쓴 여성. 연합뉴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7일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한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사건으로 ‘여성과 시민들에 대해 온건한 통치’를 하겠다던 탈레반의 공식 발표가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 전 공포와 억압으로 가득했던 탈레반 통치 시기와는 다를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불안도 증폭되고 있다. 과거 탈레반 집권 당시 여성들은 부르카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덮어야 했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남성 친척이나 가족 등과 동행해야만 했다.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금지됐고 소녀들은 교육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수도 카불에서 거리를 순찰하는 탈레반 대원들. 폭스뉴스

이밖에 소셜미디어에서는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수도 카불에서 트럭을 타고 거리를 순찰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아프가니스탄 공무원들이 사는 동네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미국을 도운 사람을 대상으로 보복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아프가니스탄 시민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이웃을 돌아다니며 미국을 도운 사람을 찾아다녔고, 주변에 ‘미군을 도운 적 있냐’고 묻고 다녔다”고 전했다.

이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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