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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엔 미니스커트도…퇴보하는 아프간 여성인권

아프간 첫 여성 주미대사 지낸 라흐마니 “한 세기 뒤로 밀릴까 우려”
프랑스 외교장관 “탈레반, 변했다는 것 행동으로 보여줘야”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여성 인권이 후퇴할 것에 대한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 존중’을 선언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성 탄압이 재현될 것이라는 공포에 여성들이 다시 부르카를 입기 시작하는 등 인권 후퇴는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50여년 전 자유로웠던 아프간 여성들의 사진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아프간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간에서 한 여성이 부르카 없이 외출했다가 총에 맞아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아프간 여성들의 생활은 이미 과거 탄압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살해당한 여성과 같은 일을 당할까 두려운 현지 여성들은 부르카를 입기 시작했다. 인디아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는 최근 부르카를 찾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부르카 가격이 기존에 비해 10배나 급등하기도 했다.
1972년 카불 거리의 여성들. 사진작가 로렌스 브런 작품. 트위터 캡처

이런 가운데 트위터 등에서 과거 탈레반 집권 전인 1972년 자유로운 모습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아프간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공유되며 한참 후퇴한 현재와 비교되고 있다.

사진작가 로렌스 브런이 찍은 사진 속 여성들은 단발머리와 긴 머리 등 다양한 헤어스타일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등 밝은 분위기에 거리를 걷고 있다.

실제 아프간은 191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 후 1979년 옛 소련의 침공과 내전 이전까지는 다른 중동 국가에 비해 매우 개방적인 국가였다. 당시에는 여성 교육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마눌라 칸 국왕(1919-1929)은 “종교는 손, 발, 얼굴을 가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강제해선 안 된다”라며 조혼을 폐지하고 일부다처제를 제한하는 등 개혁에 힘쓴 바 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며 이 같은 사회는 단숨에 무너졌다. 매니큐어를 발랐다고 손가락과 발가락을 절단하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교육 또한 극도로 제한됐다.

다시 아프간 정권을 잡게 된 탈레반 지도부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여성 인권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약속이 무색하게도 현지 곳곳에서 탈레반의 잔혹 행위가 확인되는 상황이다.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이 살해당하는 일에 이어 카불의 한 미용실에선 외부에 걸린 서양식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사진이 검은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훼손되는 일도 벌어졌다. 18일(현지시간) 스푸트니크 통신은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는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는 소식을 전했다.

1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주요 도시에서 무장한 탈레반 조직원들로부터 기습적인 가정방문을 받았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이에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고 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트위터에 “탈레반이 말하는 대로 그들이 변했다면 행동으로 보여달라”면서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그들에게 달렸다”고 올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하원 연설에서 “(주요국 지도자들은) 어떤 국가도 카불의 새로운 정권을 섣부르게 인정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며 “우리는 말보다는 테러, 범죄 및 마약에 대한 태도, 인도주의적 접근과 소녀들의 교육받을 권리에 대한 선택과 행동으로 탈레반 정권을 판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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