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따라하다 버렸다…‘유기’ 웰시코기 폭증한 이유 [개st하우스]

덕후들이 구조한 350마리 웰시코기, 이렇게 변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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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5개월만에 이렇게 웃어요^^" 유기당한 충격으로 보호소에서 음식조차 거부하던 7살 웰시코기는 동호회 코기러브에 구조돼 건강을 회복했다. 동호회 코기러브 제공

“2004년도에 시작할 때는 평범한 친목 모임이었어요. 하지만 2015년도부터 버려지는 웰시코기 숫자가 갑자기 10배 이상 늘어나는 바람에 200여명의 회원과 구호 활동을 시작했어요. 전국의 유기견 가운데 웰시코기만이라도 우리가 구조하면, 다른 견공들이 한 마리라도 더 입양 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힘을 보탠 것이죠. 저희는 웰시코기를 사랑하는 회원 수 3만2000명의 동호회, 코기러브입니다.”

노릇노릇한 식빵을 닮은 궁둥이를 씰룩쌜룩, 짧은 다리를 바삐 움직이는 이번 사연의 주인공들은 웰시코기입니다. 애호가들이 많은 만큼 쉽게 버려지는 비운의 견종이기도 해요. 외양만 보고 덥석 입양했다가 돌보기 어렵다며 1살 미만 시기에 유기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코기러브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웰시코기는 매년 600여 마리, 그중 80%는 12개월령 미만의 어린 개체입니다.

위기의 웰시코기들을 지켜주는 천사들이 있으니 웰시코기를 사랑하는 시민 동호회 코기러브입니다. 코기러브가 2015년부터 구조한 웰시코기는 무려 352마리, 그중 281마리는 평생 가족의 품에 안겼답니다. 그저 웰시코기를 예쁘게 기르고 싶었던 평범한 덕후들이 구조부터 임시보호, 입양홍보까지 힘겨운 구호활동에 나서게 된 사연을 소개합니다.

"노릇노릇, 식빵을 닮았답니다" 웰시코기는 짧은 다리, 탐스러운 궁둥이가 귀여워 애호가가 많다. 하지만 유행하듯 키우다 버려진 어린 개체수가 많은 안타까운 견종이기도 하다.



2015년 웰시코기 '열풍'의 이면…버려진 웰시코기 15배 늘었다

코기러브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 지난 2004년만 해도 웰시코기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거의 없는 견종이었습니다. 웰시코기를 만난 행인들이 ‘다리 짧은 진돗개 아니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흔치 않은 견종인 만큼 돌봄에 필요한 정보 등을 주고받을 기회가 절실했고 웰시코기에 특화된 동호회가 만들어진 겁니다.

창설 11주년을 맞이한 지난 2015년, 코기러브는 평범한 덕후들의 모임 그 이상의 역할을 구상합니다. 전국 270여개 유기동물보호소를 모니터링해서 버려진 모든 웰시코기를 구조하기로 한 겁니다. 열혈 회원들의 힘을 모아 ▲전국 보호소 모니터링 ▲구조 ▲임시보호 ▲입양홍보 ▲동물교육(행동교정) ▲이동봉사를 담당하는 6개 팀을 꾸리고, 운영비용은 100% 회원 모금으로 마련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멋진 덕후들이랍니다^^" 웰시코기 동호회, 코기러브 회원들이 직접 돌보는 웰시코기들과 휴식을 취하고 있다.

생업이 있는 시민이 동물구조에 나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코기러브의 운영진 오세민씨는 “우리는 비록 웰시코기밖에 구조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구조한 만큼 다른 견종의 유기견들도 삶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2015년 초) 당시에는 웰시코기를 기르는 사람도, 그에 상응하는 유기견 숫자도 많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구상”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코기러브의 구상은 얼마 못 가 위기를 맞이합니다. 연평균 30, 40마리였던 국내 웰시코기 유기견 숫자가 2015년 말 기준 150마리, 이듬해인 2016년에는 650마리가 넘는 등 15배 가까이 치솟습니다. 도대체 2015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동호회 코기러브에서 지난 2015년부터 구조한 웰시코기 유기견은 도합 352마리나 된다. 그 가운데 281마리는 평생 가족을 만났다. 코기러브 홈페이지 갈무리

코기러브는 2015년 말 방영된 모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동물 예능 프로그램을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해당 방송에서는 한 연예인이 반려견인 세 마리의 웰시코기를 공개했는데, 귀여운 모습이 집중 조명되면서 갑자기 웰시코기가 인기몰이를 하게 됩니다. 코기러브 측은 “해당 방송은 돌봄의 어려움은 다루지 않고 웰시코기의 예쁜 궁둥이, 아장아장 걷는 모습만 부각했다”면서 “이로 인해 웰시코기 분양 열풍이 불었고, 얼마 뒤 전국에서 버려진 웰시코기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안타까워합니다.

웰시코기는 귀여운 외모와 달리 기르기는 까다로운 견종입니다. 목양견(목장에서 가축을 몰던 개) 출신답게 12㎏급 중형견이며, 활동량이 많고 털 빠짐도 심하죠. 대형견 못지않게 크게 짖어서 공동주택에서 이웃갈등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다만 웰시코기는 보더콜리, 리트리버 등 다른 사역견 못지않게 영리하므로 입양 초기에 적절한 사회화 교육을 제공하면 짖음, 입질 등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코기러브 교육팀에서 활동하는 9년 차 행동교정사 권미애씨는 “그간 구조한 웰시코기 수십 마리를 가르쳤는데 두세 달 만에 헛짖음 등 문제행동을 고치더라”면서 “미리 견종 특성을 파악하고 대비하면 유기하는 일도 없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코기러브는 유기견의 문제행동을 바로잡는 교육팀도 운영한다. 9년 경력의 행동교정사 권미애(오른쪽)씨가 견공의 흥분도를 낮추는 '매트 교육'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젠 사랑받고 싶어요!”…국민일보가 만난 4마리

지난 16일 국민일보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애견운동장에서 코기러브가 구조한 네 마리의 웰시코기들을 만났습니다. 인천, 서울, 울산 등 각지에서 구조된 견공들로, 당시에는 영양실조, 우울증 등에 시달렸지만 반년 넘게 치료 및 임시보호를 받으며 새 출발 준비를 마쳤답니다.



같은 ‘웰씨 가문’이지만 각자 개성이 넘치는 네 마리를 한 마리씩 소개합니다.

"구조 5개월만에 이렇게 변했어요~" 7살 암컷 빛나의 구조 전후 표정변화. 코기러브 제공

첫번째 견공은 취재진 품에 선뜻 안기는 7살 암컷 빛나예요. 다른 반려견들과도 잘 어울리고, 고구마를 특히 좋아하는 애교쟁이죠. 인천의 위탁보호소에 삶을 포기한 듯 식음을 전폐한 웰시코기가 있다는 제보가 지난 4월 접수되면서 코기러브에 구조됐어요. 약 5개월 동안 임시보호처(임보처)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입양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빛나를 임시보호하는 이모(29)씨는 “빛나는 인생 최고의 ‘로또견’이다. 배변, 사회성, 애교까지 완벽한 만점짜리 웰시코기”라면서 “콩팥 손상으로 인한 신부전증을 앓지만 간식을 제한하고 적절한 사료를 챙겨준다면 반려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소개했어요.

"설탕처럼 달달한 견생이 펼쳐지길, 그래서 슈가랍니다" 8살 수컷 슈가의 구조 전후 표정변화. 코기러브 제공

마치 수색견처럼 이곳저곳 킁킁거리는 이 친구는 호기심 많은 8살 수컷 슈가예요. 1년이나 울산의 한 보호소에서 갇혀 지내다 입양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코기러브에서 구조했어요. 슈가는 앉아, 손, 엎드려 등 행동교육을 빠르게 익히는 영리한 견공이에요.

슬픈 뒷이야기도 있어요. 구조 직후, 실종된 슈가를 찾는다는 견주의 전단지가 발견됐어요. 코기러브 회원들은 구조한 슈가를 가족에게 돌려주게 됐다며 들떴지만, 안타깝게도 견주는 슈가를 포기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슈가는 호기심 덩어리라서 오늘도 바깥세상을 탐구하느라 슬퍼할 겨를이 없답니다.

"임시보호자 언니랑 커플모자 맞췄어요^^" 상냥한 외모로 인기가 많지만 소심한 견공, 4살 암컷 하니.

세번째 견공은 상냥한 외모로 인기가 많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운동장 외딴 구석에서 홀로 행동교육을 받는 4살 암컷 하니예요. 하니는 지난해 10월, 경남 창녕의 비닐하우스에서 직접 출산한 8마리 새끼들과 구조됐어요. 비닐하우스에서 오래 방치 생활을 해온 탓에 하니는 낯선 사람 혹은 다른 견공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죠. 하지만 다행히 하니는 행동교정사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사회성을 되찾고 있답니다.

"휠체어타고 슝슝 날아다녀요~" 4살 도담이는 구조 당시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코기러브가 제공한 휠체어 덕분에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코기러브 제공

"댕댕이 페럴림픽, 국가대표감이랍니다~" 공놀이를 즐기는 도담이를 위해 이날 취재기자는 20번 넘게 공을 던져주었다.

마지막은 오드아이가 매력적인 4살 암컷 도담이예요. 지난달 서울에서 구조된 도담이는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견인데요. 코기러브는 치료비의 최소 50%를 모금해야만 구조를 진행하는데, 회원들이 병원비 및 휠체어 제작비를 후원해주어서 다행히 안락사의 위기에서 벗어났답니다. 도담이는 공놀이를 좋아하고, 사회성이 뛰어난 개구쟁이예요. 장난감 공을 던져주니 휠체어를 열심히 끌더니 기어이 다른 웰시코기들을 제치고 공을 차지하는 날쌘돌이랍니다.

위기의 웰시코기들을 구조하는 멋진 덕후들의 모임, 코기러브의 활약이 궁금하다면 포털에 ‘코기러브’를 검색해주세요. 또한 코기러브가 구조한 웰시코기의 입양을 원하는 분들은 기사 하단의 설명 및 입양 신청서를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위기를 넘어, 사랑을 꿈꾸는 웰시코기들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빛나: 7살 중성화 암컷 / 사회성 좋고 애교 많음 / 신부전증으로 간식 제한
-슈가: 8살 중성화 수컷 / 활발하고 영리 / 호기심이 많아 외출 시 통제해야
-하니: 4살 중성화 암컷 / 영리하고 강한 유대감 / 동물, 사람에 짖음 (성대수술)
-도담이: 4살 중성화 암컷 / 오드아이, 사회성 좋고 활발함 / 척수연화증으로 하반신 마비, 기저귀 착용하면 자율배변 가능 (휠체어 타고 앞발로 이동)

*빛나, 하니, 슈가는 입양처를, 도담이는 임시보호처를 찾고 있어요
-입양신청서: http://naver.me/58koduTl
-임시보호신청서: http://naver.me/F7CSHwEC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기자 tellme@kmib.co.kr

[개st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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