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시경쟁력의 진실…오세훈 시장의 ‘오독’ 논란

글로벌 도시성장 전망 순위 5년간 30계단 하락 vs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순위 8위


코로나19 이후 세계 주요 도시들의 경쟁력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의 충격파로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고, 미래 전망마저 불투명한 가운데 각 도시들이 코로나 이후 경쟁력 확보와 공공의료 체계 구축 등 도시 회복력 제고에 힘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의 글로벌 도시경쟁력 순위를 놓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독(誤讀)’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보고서에서 서울의 도시경쟁력 관련 수치를 선택적으로 인용해 박원순 전 시장 재임기간 서울의 경쟁력이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1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지난 10년간 많이 떨어져 충격적이라면서 경쟁력 회복을 위해 국제금융기업 유치로 기술발전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인터뷰에서 인용한 도시경쟁력의 근거는 미국 컨설팅기업 AT커니(Kearney)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 3월 10일 전경련이 배포한 보도자료다. 이 보도자료는 ‘서울시, 5년간 글로벌 도시성장 전망 순위 12위→42위, 30계단 하락’이라는 제목으로 해외투자 유치 및 글로벌 우수인재 확보를 위해 법인세를 파격적으로 낮출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원문 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전경련 보도자료와 초점이 다르다. AT커니가 전 세계 150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2020 글로벌 도시 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이후 서울시의 현재 도시경쟁력을 보여주는 글로벌 도시지수(Global Cities Index)와 미래 잠재력을 상징하는 글로벌 도시전망(Global Cities Outlook) 순위가 모두 하락한 것은 맞다. GCI 순위는 2019년 13위에서 2020년 17위로 4계단 떨어졌다. 2015~2016년엔 11위, 2017~2018년엔 12위였다. 지난 5년간 6계단 하락한 것이다. 서울의 GCI는 GCO보다 순위가 높고 하락폭도 덜한 편이다. 뉴욕 역시 GCI는 1위지만 GCO는 27위에 랭크돼 있다.

GCI는 기업활동(30%), 인적자본(30%), 정보교류(15%), 문화체험(15%), 정치적 참여(10%) 등 5개 부문 29개 지표를 측정하고 GCO는 개인웰빙(25%), 경제(25%), 혁신(25%), 거버넌스(25%) 등 4개 부문 13개 지표를 평가한다.

서울시의회 임종국 의원은 21일 “전경련의 보도자료와는 달리 AT커니 보고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세계경제의 어려움을 정리하며 글로벌 도시연결, 도시공간의 변화 등을 우려한다”면서 “도시가치의 미래를 위해 가치를 재설계하고 미래 지향적인 회복에 투자하고, 공공가치 창출을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민간+공공)의 협력으로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도시 지도자의 역할로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또 “보고서는 도시 밀도의 균형을 조정하고 ‘시드니의 30분도시’처럼 자전거와 도보로 접근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바꿔 지속가능한 도시로 개발하라고 도시공간의 변화를 주문하고 있다”며 “대중교통 비중을 높이고 녹지공간을 확장하고 디지털 연결(인터넷)을 확대하는 등의 회복을 위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권고한다”고 전했다.

전경련이 같은 보도자료에서 인용하고 있는 일본 모리기념재단 도시전략연구소의 평가는 AT커니와 다르다. 이 연구소가 세계 주요도시 40여개를 대상으로 경제, 연구개발(R&D), 문화·교류, 주거, 환경, 교통․접근성 등 6개 분야 26개 지표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세계 도시 종합경쟁력 순위(GPCI)의 경우 서울시는 2015년 1089점으로 2020년 1163점으로 평가 점수는 올랐으나 순위는 6위에서 8위로 2계단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도시환경과 문화 등의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종합순위가 하락한 이유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임금수준, 인재확보 용이성 및 법인세율 등 13개 지표로 이루어진 경제 부문에서 2015년 8위에서 2020년 20위로 대폭 하락한 것에 기인한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서울은 주요 지표에서 10위권에 드는 등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입증했다”고 전제하고 “다만, 최근 3년간 외국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활동 측면의 향후 글로벌 도시로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서울이 기업과 투자자,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투자ㆍ경영ㆍ창업환경 개선 및 수도권 규제혁신 등 새로운 모멘텀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도시경쟁력 평가는 그 목적과 방법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AT 커니사의 컨설팅은 국제투자 활성화를 위한 도시별 세계화 정도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다른 평가항목이 추가되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비상장 유니콘기업의 수와 의과대학의 수 등이 추가됐다.
반면 지난 7월 12일 서울시는 ‘모노클’紙 선정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서울이 11위로 처음 진입했다는 성과 보도자료를 냈다.

임 의원은 “오 시장은 편향된 보도자료를 오독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 외국의 한 컨설팅 기업이나 잡지사의 선정으로 평가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여러 조사 중 일부 자료를 근거로, 그것도 왜곡하여 재가공한 주장에 근거해 서울시의 정책을 계획한다는 것은 견강부회를 넘어 특정 목적을 위한 횡포”라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주요 대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보수적인 경제단체로, 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보도자료를 자주 내고 있다.

임 의원은 “팬데믹 이후를 대비하고 새로운 환경의 서울을 준비하는 민주적인 시민신뢰자본을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며 “새로운 미래를 서울시민과 함께 논의하는 새로운 신뢰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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