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경제] 국세·지방세 비율 ‘6대4’는 무조건 정답? ‘정치적 레토릭’ 혹은 ‘구색 맞추기’

‘6대4’ 비율 이론적 근거 없어

바람직한 재정분권 방향 고민 없이 비율 맞추기에만 급급


정부가 최근 지방재정을 늘리고 자율성을 높이는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을 확정했다. 강력한 재정분권은 문재인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8대2 수준이었던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까지 맞추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해당 공약은 일부 후퇴했다. 2018년 1단계 재정분권 추진안 발표 때 6대4 비율은 장기 목표로 전환하고, 대신 현 정부 임기 내에 7대3을 달성하겠다고 한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72.6대27.4’을 달성해, 후퇴한 목표치에도 못 미치게 됐다.

당초 계획을 못 지킨 것에는 코로나19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세수 전망이 어두워지자 국세를 대거 지방으로 이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비등한 것이다. 이 때문에 당초 지난해 발표 예정이던 2단계 재정분권 추진안은 1년 가까이 연기됐다.

내년 대선에서도 ‘재정분권’은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여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끌어올리겠다고 일찌감치 공약했으며, 다른 여권 주자들도 문재인정부의 뒤를 이어 6대4 목표를 달성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와 지방세 6 대 4는 황금비율?

여권에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 ‘6대4’를 황금비율로 본다. 그런데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대4로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6대4 비율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들이 근거로 가장 많이 제시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인 일본(57대43), 미국(56대44), 캐나다(49대51), 독일(50대50)보다 한국의 지방세 비율이 현저히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OECD 국가는 연방형 국가와 단일형 국가로 구분되는데, 지방세 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연방형 국가거나 역사적으로 지방정부의 힘이 강했던 국가들이다.

정작 OECD 회원국 평균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낮은 수준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4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36개 OECD 회원국들의 지방세 비중의 평균은 14.69%로, 한국의 지방세 비중(17.27%)보다 낮았다. 심지어 단일국가 27개국의 지방세 비중의 평균은 11.24%에 불과했다.

세입·세출 측면에서 중앙과 지방 간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6대4라는 비율이 나온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재명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입 측면에서 보면 국가 비중이 6, 지방이 4 정도다. 그런데 세출 측면에서는 국가가 4, 지방이 6이다. 즉, 지금은 지역이 2에 해당하는 몫을 중앙에서 넘겨받는 구조”라며 “이를 지방이 스스로 걷어서 지출할 수 있는 틀로 가는 게 적합하지 않겠냐는 의미에서 나온 숫자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6대4를 뒷받침할 탄탄한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오랫동안 유지된 8대2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의식의 출발점일 뿐, 정해진 정답은 결코 없다”라고 말했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나쁘게 말하면 일종의 ‘매표 행위’”라며 “유권자 대부분이 지방에 사는 상황에서 ‘우리 지자체에 돈이 많아지면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 심리를 정치권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율 맞추기’에만 급급, 바람직한 재정분권 방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고착화된 8대2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대가 모아진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정부가 지방세 비율을 양적으로 높이는 것에 치중하느라 질적인 부분은 상대적으로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현 정부 재정분권 추진안에서 지방소비세만 위주로 늘린 점이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일단 지방소비세만 늘릴 경우 지역 간 격차를 부추길 소지가 있다. 또 지방소비세는 ‘광역세’이기 때문에, 광역자치단체만 재원 확대 효과를 누리고 기초자치단체는 소외될 우려가 있다. 다만 후자의 경우 인상된 지방소비세 일부를 기초자치단체에 바로 가게 하는 식으로 2단계 추진안에서 일부 개선됐다고 한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소비세만 올린 것은 너무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지방자치의 원칙은 기초자치단체 중심으로 가되, 부족한 부분을 광역자치단체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지방소비세가 아니라 지방소득세를 인상하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한재명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도 “재정분권의 궁극적인 목적은 각 지방이 국가 재원을 좀 더 책임감 있게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것 아니겠냐”며 “진정한 재정분권을 목표로 한다면 지방소비세보다 지방소득세 확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앙의 간섭을 여전히 허용하는 ‘무늬만 재정분권’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재정분권 1단계 추진안에 담긴 내용 중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예산은 기획재정부가 지방의 예산 편성뿐 아니라 세출까지 관여한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2단계 지역소멸대응기금 역시 또 다른 균특회계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재정분권을 통해 생기는 다른 부작용들도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2018년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용역을 통해 받은 지방세제 개편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7대3으로 조정할 경우 전국 18개 기초자치단체의 재원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은 재원이 4조7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재정분권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비율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기보다 지방자치의 구조적 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조언한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돈만 지방에 점점 더 많이 내려보낼 뿐, 권한과 책임은 여전히 중앙 정부가 쥐고 있다. 지방의 역할과 중앙의 역할을 명확히 분리하고, 지방에게 적절한 권한과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국세와 지방세를 어떤 비율로 배분해야 하는지는 정부의 기능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떻게 배분하는 게 바람직한가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금은 왜 국세·지방세 비율이 6대4여야 하는가에 대한 합리적인 설명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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