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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벤투호 탄 ‘포스트 황의조’ 조규성 “실망시키지 않겠다”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도 몰랐어요. 내가 축하할 일이 있었나 했죠.”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소집 명단이 발표된 지난 23일 오전, 경기 출장을 앞둔 김천 상무 일병 조규성(23)은 컨디션 조절 차 예정된 팀 내 오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휴대전화를 열었는데 ‘축하한다’는 팀 매니저의 메시지가 와있었다. 고개를 갸웃한 뒤 인스타그램을 연 그는 대한축구협회 계정에 뜬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보고 얼어붙었다. 생애 첫 성인 대표팀 발탁이었다.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 새로 태극마크를 단 조규성은 부쩍 귀해진 국내 중앙 공격수 중에서도 첫손에 꼽는 유망주다. 대표팀 명단 발표 당일 김천이 6대 0으로 대승한 K리그2 부산 아이파크 원정에서도 그는 끈질긴 쇄도 끝에 후반 종료 직전 팀의 마지막 골로 대표팀 발탁을 자축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30일 그를 포함한 26명을 파주로 불러 다음 달 2일과 7일 예정된 2022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첫 두 경기를 대비한다. 국민일보는 24일 휴식 중인 조규성과 통화했다.


원더보이의 3년

2019년 K리그2 FC 안양에서 데뷔한 그의 프로 첫 시즌은 경이로웠다. 리그 33경기 14골 14도움을 기록, 시즌 K리그2 베스트11에 포함됐고 김학범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K리그1 디펜딩챔피언 전북 현대로 옮겨간 그는 모든 대회를 합쳐 34경기 8골 3도움을 기록했다. 전북의 리그 4연패를 확정하는 결승골, FA컵 우승에 결정적인 도움을 만들어내는 등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그러나 워낙 받아온 기대가 컸기에 시즌 전체적으로 부족한 감이 있었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출전 기회를 늘리기 위해 시즌 개막 전 김천에 입대한 그는 결국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다. 2년 넘게 준비한 세월을 생각하면 아쉬운 결말이었다. 그러나 이번 성인 대표팀 발탁으로 선수 경력에 또 다른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그는 “김천에서 경기를 꾸준하게 뛰고 있는 게 자신감 등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주전으로 뛸 거란 생각까지 하고 입대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는 순조로운 것 같다”고 했다.

조규성은 대표팀 구성상 본 위치인 중앙공격수로 뛸 가능성이 크다. 최근 측면에서 많이 뛰었지만 별 걱정은 없다. 데뷔 시즌 ‘활동량 많은’ 공격수로 묘사되던 그는 이제 포스트플레이(공을 갖고 수비를 등지는 기술)까지 주무기로 갖춘 공격수로 거듭났다. 그는 전날 부산전에서도 단순한 측면 공격수가 아닌,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연계하는 ‘와이드 타겟맨’ 역할을 수행했다. 후반 중앙으로 옮긴 뒤에도 경기 영향력은 여전했고 상대 체력이 떨어지자 본래 장점인 활동량으로 공간을 공략했다.

부산전 후반 막판 뽑아낸 골 역시 본인 스스로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였다. 이날 유독 동료 슈팅 뒤 문전으로 쇄도하는 움직임을 경기 내내 끊임없이 보여준 그는 결국 경기 막판 같은 방식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조규성은 “상대 최필수 골키퍼가 안양 시절 동료였기 때문에 슈팅을 튕겨내는 성향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서 “다른 때보다 더 마음의 준비를 했다. 동료가 슈팅하면 더 빨리 문전으로 들어가려 애썼다. 오프사이드로 취소가 되기도 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골을 넣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일병 조규성의 군 생활

조규성은 신인 시절부터 옷을 멋지게 잘 차려입기로 유명하다. 그런 그도 입대하고 나서는 예외 없이 일명 ‘로카(ROKA·대한민국 육군)’ 티셔츠 외 선택지가 없다. 그는 “3월 8일에 입대한 뒤에 휴가를 한 번도 못 나가서 좀 갑갑하긴 하다. 옷도 매일 훈련복 아니면 로카 옷만 입는다”면서 웃었다. 그는 “이제 휴가가 풀리는데 빨리 나가서 옷도 입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다”며 “가족도 그간 면회를 못했다. 같이 밥을 먹은 지가 너무 오래됐다. 홈경기에서 몇 번 멀찍이서 인사만 한 게 전부”라고 했다.

조규성은 지난달 2년간 함께한 동료들이 도쿄올림픽 무대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부대에서 빠짐없이 지켜봤다. 그는 “첫 경기를 져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다음 경기부터 경기력이 좋길래 ‘일을 낼 수도 있겠다’ 기대를 했는데 아쉽게 됐다”고 했다. 그는 “8강 탈락 직후에는 올림픽 대표팀 친구들 마음이 상할 것 같아 함부로 위로할 수가 없었다.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 연락해 고생 많았다고 해줬다. 농담으로 ‘군대 와서 또 고생해’라고 해줬다. 애들도 잘 받아주더라”면서 웃었다.

군 생활 목표는 바깥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야 행복하다’는 게 조규성의 지론이다. 그는 “큰 꿈이 있긴 하지만 그 꿈에 너무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 ‘훈련도 열심히 잘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즐겁게 잘 지냈다’ 여길 수 있으면 그런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어떤 선수든 유럽 진출 등 꿈은 비슷하다. 다만 일단 김천에서 잘하고 제대 뒤에는 전북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장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신무기 장착’ 진화한 조규성

조규성의 현재 경기 스타일에는 최근 수 년간의 경험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신인이던) 안양 시절에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에 무작정 뛰었다. 팀 스타일이 역습 축구라 잘 맞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전북으로 가서 그렇게 하니 잘 먹히지 않았다. 공 소유를 많이 하는 팀이라 뛸 공간도 좁았다”고 했다. 전북의 중앙 공격수 자리에서 밀려나 측면에서 뛰게 됐을 때 측면 돌파를 주무기 삼는 윙어로 스타일을 바꾸려고도 해봤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고민하던 그에게 도움을 준 건 측면 수비수 출신인 박원재 전북 코치였다. 조규성은 “코치님이 ‘너 같은 (신체 조건 좋은) 공격수가 등진 채 밀고 들어오면 수비로서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조언해주셨다”고 했다. 그는 “조언을 듣고 측면에서 중앙 공격수처럼 포스트플레이를 해봤는데 수비들이 확실히 부담스러워 했다”며 “공이 오면 등을 진 채 쉽게 패스를 내주고 움직임을 가져간 뒤 공간에서 받는 식으로 플레이하니까 더 잘 됐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측면에서도 하자고 마음 먹었다”고 했다.

등지는 플레이는 국내 최고 수준인 선배 이동국에게서 배운 게 많다. 그는 “전북의 수준 높은 수비수들조차 (이동국이) 등을 지면 공을 못 뺏더라. 저도 수비를 해봤는데 등지고 버티니까 도저히 빼앗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역시 등지는 플레이에 일가견이 있는 올림픽 대표팀 김은중 코치 역시 그의 좋은 스승이다. 그는 “2년이란 시간을 함께하며 많이 배웠다. 먼저 물어보지 않아도 저와 세훈이(오세훈)를 불러서 슛하기 쉽게 첫 터치를 가져가는 법, 골문 움직임 등을 많이 가르쳐주셨다”고 했다.

조규성에게 이번 소집은 황의조 손흥민 등 내로라하는 선배 공격수들에게 직접 배울 기회다. 특히 ‘포스트 황의조’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비교를 받아온 황의조에게서 배우고 싶은 게 많다. 물론 서로는 초면이다. 조규성은 “슈팅을 가져가는 타이밍과 공 터치를 많이 배우고 싶다. (황의조가) 경기에서 등을 졌다가도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하는 걸 자주 봤다”며 “훈련에 들어가면 움직임을 다양하고 자세하게 물어보고 싶다”고 기대했다.

“실망시키지 않는다”

대표팀 발탁이 발표된 뒤 이틀간 그는 축하 인사를 셀 수도 없이 받았다. 조규성은 “어제(23일) 점심 뒤 (김태완) 감독님이 따로 개인 면담을 해주셨다. 여기까지 허투루 온 게 아니니 가서 자신 있게 보여주라며 자존감을 높여주셨다”고 했다. 수비수였던 그를 대학 시절 공격수로 재탄생 시킨 광주대 은사 이승원 감독도 연락이 왔다. 그는 “애정표현을 퉁명스럽게 하시는 분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네가 잘해서 (대표팀) 간 줄 아느냐. 잘되면 주변 사람들 잘 챙기라’는 꾸중부터 들었다. 네네 대답만 하다가 통화를 마쳤다”며 웃었다.

삼남매 중 늦둥이 막내인 그의 대표팀 발탁에 가족도 감격했다. 큰누나와 나이 차이는 일곱 살이다. 조규성은 “영상통화를 누나 둘과 따로 했는데 둘 다 울었다”며 다시 웃었다. 그는 “올림픽대표팀 김은중 코치님도 ‘네가 잘하는 걸 가서 보여주고 오라고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팀 내에서도 축하를 많이 받았다. 장난기가 많은 (동료 공격수이자 선임) 허용준 병장도 ‘오~ 내셔널 플레이어’라며 축하해줬다. 함께 뽑힌 김천 선수들이 많아 대표팀 가면 많이 좀 챙겨달라고 부탁해놨다”고 했다.

대표팀 발탁은 그가 선수로서 세운 최우선 목표였다. 다음 목표는 대표팀 데뷔전이다. 그는 “발탁 소식을 듣고 난 바로 뒤에는 처음 가는 거라 긴장이 많이 됐지만 이제 진정이 좀 됐다”면서 “‘못갈 것 있나, 가서 재밌게 즐기자’ ‘좋은 경험이니 많이 배우고, 즐기고 오자’하는 마음을 먹었다.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출전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그는 “오래 좋아해 주신 팬들을 포함해 축하 메시지가 많이 왔다. 조규성이라는 선수가 더 잘 된다면, 좋은 축구를 보여드린다면 그들도 더 행복해하시지 않을까 한다”면서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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