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빠지며 더 독해진 언론중재법…송영길 “뭣도 모르니까” 논란


언론중재법이 야당이 빠진 채 진행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치면서 더 독해졌다.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되는 ‘고의·중과실 추정’ 성립요건이 일부 완화되면서 언론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길을 넓혔다. 각계의 우려에도 더불어민주당은 물러날 기색이 없다. 오히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언론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국제언론단체 성명에 “뭣도 모르니까”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다.

25일 새벽 4시쯤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일부 조항이 수정·삭제됐다. 주로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규정하고 있는 제30조의 2를 두고 논의가 진행됐는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소속 위원들만 참여했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이 되는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 문구에서 ‘명백한’을 삭제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피해자가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명백한’이라는 표현을 넣으면 피해자가 제대로 구제되겠냐는 의문이 있다”며 삭제 필요성을 주장해 심사 과정에서 받아들여졌다.

입증하기 어려운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조항도 수정됐다.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조항에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라는 표현이 빠졌다. 고의·중과실을 추정하는 데 피해 가중여부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는 소병철 의원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는 삭제됐다. 해당조항을 두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했다는 결과로 고의·중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법사위를 통과한 언론법 수정안을 두고도 야당과 언론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법문은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하는데, 오히려 법을 수정하면서 자꾸 그런 원칙을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종사자 단체들도 성명에서 “손배제 예외규정이라고 넣었던 ‘공적 관심사와 관련된 사항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언론보도’조차 삭제하자는 민주당 의견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반대의견을 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지엽적인 수정을 가하면서 언론법이 애초부터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가리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국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인정하는 국가도 아닌데, 왜 이걸 도입하려는지부터가 문제”라며 “특히 고의뿐만 아니라 중과실까지 포함한 건 오히려 미국보다 적용범위를 더 확대해 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언론법 강행처리 움직임에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여당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송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기자연맹(IFJ)이 내놓은 비판에 대해 “자기들이 우리 사정을 어떻게 아나. 뭣도 모르니까 뭐든지 그러지 않느냐. 우리도 언론단체에서 쓰면 그것을 인용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앞서 IFJ는 한국기자협회에 성명을 보내 법안 폐지를 요구했다.

야권에서는 즉각 송 대표의 발언을 비난했다. 국민의힘 임승호 대변인은 “언론에 목줄을 채우겠다는 탐욕에 사로잡혀 있으니 국제 사회의 우려조차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것”이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송 대표의 발언이 “‘뭐, 또 모르니까’라고 말한 것을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현수 이가현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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