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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걷고 싶다’는 열망, 패럴림픽 역영이 되다

[도쿄패럴림픽] 끝나지 않은 조기성의 도전
남자 자유형 100m 결선 1분28초46으로 5위
30일 200m, 9월 2일 50m서 금메달 방어전

조기성이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 자유형(S4) 100m 결선 2번 레인에서 물살을 가르고 있다. 연합뉴스

뇌병변은 뇌 손상으로 보행과 같은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중추신경 장애다. 뇌혈관의 차단·파열로 발생하는 뇌졸중, 발달장애의 종류인 뇌성마비는 모두 뇌병변에 해당한다. 5년 전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 수영 3관왕을 달성한 조기성(26)은 뇌병변을 가지고 태어났다.

조기성의 두 다리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가족, 이웃과 다른 자신의 걸음걸이를 의식하기 시작한 뒤부터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웠다. 꿈에 부풀어야 할 10대에 대인기피증이 절망감과 함께 찾아왔다. 어린 시절 조기성은 집에 틀어박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조기성을 세상으로 불러들인 것은 물을 가득 채운 수영장이었다. “수영을 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잘 걸을 수 있다”는 재활 코치의 조언이 조기성에게 한 줄기 빛처럼 들려왔다. 조기성은 13세였던 2008년 수영장을 찾아갔다. 물이 무서웠지만 ‘잘 걷고 싶다’는 의지 하나로 이를 악물고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을 위해서는 두 다리의 자맥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기성은 팔과 어깨의 힘만으로 물살을 갈라 쭉쭉 앞으로 나갔다. 자칫 절망 속에서 허무하게 날려버릴 뻔했던 10대에 재능을 찾은 것은 천운이었다. 마침 조기성이 수영을 배운 시기는 운동의 양만큼 근육이 생성되는 청소년기였다. 조기성의 수영 실력은 빠르게 상승했다. 수영을 시작하고 이듬해인 2009년 조기성은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조기성의 강점은 단연 끈기와 도전정신이다. “나는 다른 선수처럼 기술이 뛰어나지 않지만 해내겠다는 의지와 성실함을 가지고 있다.” 조기성은 자신의 특기를 언제나 이렇게 설명했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출전한 2014 인천 아시안 패러게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금메달, 100m 은메달, 50m 동메달을 쓸어 담았다.

20대로 성장한 조기성은 세계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패럴림픽에 출전한 조기성은 50·100·200m를 가장 빠르게 주파해 자유형 3관왕을 달성했다. 그렇게 패럴림픽 자유형 최강자로 우뚝 섰다. 수영을 시작하고 불과 8년 만에 이룬 대업이었다.

조기성이 26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 자유형(S4) 100m 결선 2번 레인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기성의 종목 등급은 S4와 SB3. S는 자유형·배영·접영, SB는 평영을 뜻한다. 그 뒤에 붙는 숫자는 장애의 정도를 나타낸다. 숫자가 적을수록 장애가 심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기성은 종목 등급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센터에서 생애 처음으로 패럴림픽 평영에 도전해 남자 50m 결선을 6위로 완주한 뒤 “계속 도전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하루 전 평영에서 힘을 뺀 탓인지 조기성은 26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 남자 자유형(S4) 100m 결선에서 금메달을 수성하지 못했다. 1분28초46으로 완주해 5위에 머물렀다. 조기성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30일 자유형 200m, 다음달 2일 자유형 50m에서 자신의 도쿄패럴림픽 첫 메달을 노린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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