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살고 싶구나” 척추 끊어진 바둑이 ‘12주의 기적’ [개st하우스]

교통사고, 부러진 척추…안락사 권고에도 포기 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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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척추가 부러진 채 도로 위에서 발견된 유기견 모습. 당시 수의사들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인도적 안락사를 권고했다. 시민단체 행동하는동물사랑 제공

“수의사님들은 얘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교통사고로 척추, 꼬리뼈도 부러지고 피도 너무 많이 흘렸으니까요. 하지만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아이였죠. 그 와중에도 먹고 싶어했고, 마비된 하반신을 끌고 와서 애교를 부렸거든요. 마치 자기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처럼요.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데 우리가 그만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얘를 살려보기로 했어요.”

지난 2월 경기도 파주의 시민단체 행동하는동물사랑(행동사)으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어요. 교통사고를 당해 척추가 부러진 개가 구조됐는데 생명이 위독하다는 제보였습니다. 행동사의 운영진 오슬아(가명·42)씨는 다친 개가 입원했다는 동물병원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녀석은 5㎏도 안 되는 작은 바둑이였어요. 신음도 내지 못한 채 척추가 끊어진 고통으로 온몸을 떨고 있었죠. 급히 두 곳의 응급진료실을 방문했지만 수의사들은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며 조심스레 인도적 안락사를 권유했습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동물들은 대부분 치명상을 입어 인도적 안락사 조치된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함. BBC뉴스 갈무리



"날 포기 마세요"…안락사 앞둔 바둑이의 반응

부정적인 진단이 거듭돼 제보자도 체념하려던 그때, 바둑이가 스스로 반전의 계기를 만듭니다. 녀석은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의료진과 제보자의 품에 안기려 했습니다. 제보자는 “아이는 마비된 하반신을 끌고 나에게 다가왔다”면서 “사랑을 갈구하는 모습을 포기할 수 없어 며칠만이라도 안락사를 미루기로 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도 사람이 좋아요" 척추가 부러진 상황에서도 바둑이는 사람의 손길을 기다렸고, 삶의 의지를 확인한 행동사 측는 연명 치료를 제공했다. 시미단체 행동사 제공

제보자는 바둑이를 차에 태우고 대형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녀석은 조수석에서 수액을 맞으면서도 자신을 어루만져달라며 낑낑댔다고 해요. 슬아씨는 “오늘 밤 부디 잘 이겨내고, 내일은 달콤한 아침을 맞이하라”는 뜻에서 녀석에게 ‘흑설탕’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담당 수의사는 7일간 진통제를 투여하면서 설탕이를 관찰했습니다. 눈여겨본 부분은 자가 배변 가능성입니다. 척추가 손상된 동물들은 대개 배변 기능을 상실해 전담인력이 필요할 만큼 돌봄이 어려워지는데요. 이 경우 가정 입양 가능성이 사라져 인도적 안락사가 권고됩니다.

주어진 일주일의 유예기간을 설탕이는 억척스럽게 버팁니다. 척추가 부러진 고통 속에서도 사료를 부지런히 먹고, 사람의 손길을 반겼죠. 마치 자신을 포기하지 말라고 외치는 듯 말이죠. 게다가 입원 5일 차에는 배변조절에도 성공했답니다.


제보자는 “먹고 싶어하고, 살고 싶어하는 간절함을 확인했다”면서 “운영진과 논의 끝에 약 1000만원의 치료비를 들여서라도 설탕이를 살리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하반신 마비 이겨낸 설탕이, 남은 하나의 소원은

치료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과다출혈로 허약해진 설탕이는 전신마취가 동반된 수술을 견딜 수 없었거든요. 그저 진통제를 투여 받으며 부러진 척추가 자연히 붙기를 기다리는 더디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가 이어졌죠. 하지만 설탕이는 주어진 사료 그릇을 깨끗이 비우며 묵묵히 버텼습니다.

12주가 흘러 지난 5월, 설탕이는 마침내 퇴원했습니다. 이후 행동사가 운영하는 서울 관악구의 동물입양카페 ‘입양뜰’에 입소해 지내고 있지요. 유기동물 입양을 희망하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방문하는 그곳에서 설탕이는 10여 마리의 유기견 친구들과 가족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지난 23일 국민일보는 입양뜰에서 설탕이를 만났습니다. 녀석은 다른 견공들을 제치고 1등으로 달려와 취재진이 든 간식을 낚아챌 만큼 건강을 회복했답니다. 부드러운 털로 덮여가는 오른쪽 허리의 흉터처럼 하반신 마비의 후유증도 거의 회복해가고 있었습니다. 촬영 내내 기자의 손길을 기다리고, 취재 장비에 올라탈 만큼 사교적인 견공이었어요.

해맑던 설탕이가 슬프게 우는 순간도 있었는데 취재진이 산책줄을 만질 때였답니다. 코로나19 유행 탓에 동물보호소들은 입양 내지 임시보호(임보) 대상자의 출입만 허용하고 있어요. 외부인이 건넨 산책줄을 휘감으면 즉시 보호소를 떠날 수 있으니, 설탕이 입장에서 산책줄은 가족의 품으로 인도하는 탯줄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입양뜰에는 매일 설탕이의 밥을 챙겨주는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온 것만으로도 고맙지만 마지막으로 설탕이에게 주고 싶은 선물이 있다고 하는데요. 그것은 바로 임시보호(임보)였습니다.

활동가 A씨는 “설탕이는 한 번도 임보를 받아본 적이 없다”면서 “단 1, 2개월의 임보라도 갈 수 있다면 입소문을 타면서 추가로 임보 혹은 입양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합니다. 설탕이는 낯선 사람의 방문 등으로 긴장하면 조금씩 소변을 흘리지만 안정된 임보처를 찾는다면 심리적인 문제이므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설탕이는 5㎏ 내외의 영리한 소형견을 기르고 싶은 예비 반려인에게 적합한 견공입니다. 입양 혹은 임보에 관심 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설명을 확인해주세요.


*하반신 마비를 극복한 씩씩한 견공, 흑설탕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체중 5㎏, 3살, 중성화 암컷
-사람 및 개들과 잘 어울림. 잔짖음 없음
-오른쪽 허리 부분에 교통사고로 인한 흉터가 남음
-배변패드를 잘 사용하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소변을 소량 흘림

*입양 내지 임시보호를 희망하는 분은 아래 링크의 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cafe.naver.com/pajupetlove/89174



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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