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 강조하던 문대통령의 ‘언론법’ 침묵…전략적 선택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앞서 국회를 향해 검찰개혁 법안, 공정경제 3법 등의 빠른 처리를 당부하며 적극적으로 입법에 대한 의견을 내온 문 대통령은 유독 언론법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여당의 언론법 폭주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문 대통령이 임기말 당청 관계 관리를 위해 전략적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는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9일에도 “언론법 논의는 국회 소관”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내부 회의에서 언론법에 대한 입장을 한번도 표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로부터 언론단체와 학계 등의 언론법 반대 의견을 보고받고 있다. 다만 당이 주도하는 사안이라 언급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일부 참모는 민주당이 언론법을 강행 처리할 경우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재가동을 포함한 임기말 국정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청와대는 물밑에서 이런 의견을 여당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 자유 관련 발언. 국민일보 DB

문 대통령은 그동안 계속 언론 자유를 강조해왔다. 따라서 일각에선 여당이 주도하는 언론법이 상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7월 저서 ‘사람이 먼저다’에서 “권력은 언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권력은 언론을 통제하면 안 된다”고 못박았다. 2017년 대선 당시 ‘언론 자유 회복’을 공약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은 그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언론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에도 지속적으로 언론 자유의 중요성을 언급해왔다. 문 대통령은 2019년 4월 신문의날 축사에서 “이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 언론인의 양심이 자유롭게 발현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9월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기자회 사무총장을 만나서는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언론이 자유롭게 역할을 다할 때 사회가 건강하게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18일 청와대에서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국경없는 기자회 사무총장을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매년 세계 언론자유지수를 발표하는 단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국경없는 기자회를 향해 "뭣도 모른다"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언론법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기념 축사에서도 “정부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 언급은 헌법과 신문법에 명시된 가치를 강조한 것일뿐 언론법과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다만 언론법에 포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이 언론 자유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청와대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언론에 아쉬움을 표했다. 다만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언론 스스로 성찰하면서 신뢰받는 언론을 위해 자기 개혁의 노력을 해 달라”며 제3자 주도의 개혁이 아닌, 언론 내부의 자성을 촉구했다. 언론을 직접 규제하는 내용의 언론법과는 다른 개혁 방안을 언급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중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법안 거부권을 언론법에 행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 대통령은 언론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따로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언론법은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짜뉴스와 오보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법안이며, 정부는 언론 자유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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